“짧은 시간이었지만 사찰에서 상품화되지 않은 한국의 참모습을 가슴에 담고 돌아갑니다.”
인디언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차려입은 캐나다 원주민 8명으로 구성된 치힐리스 밴드가 10월 1일 땅끝마을에 위치한 해남 미황사(주지 금강)를 찾았다.
9월 29일 새만금 갯벌 생명살리기 영성나누기 춤사위 행사를 마치고 미황사를 찾은 치힐리스 밴드 원주민들은 모두 캐나다 밴쿠버에서 내륙으로 120여km 떨어진 허드슨강 유역에 살고 있으며 자연을 파괴하는 정부에 맞서 환경살리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스똘로 원주민나라 치할리스’의 ‘추장’ ‘정신적 어머니’ ‘강과연어를 지키는 담당관’ ‘의례 담당자’ ‘연희 담당자’ 등 독특한 직함을 갖고 있다.
해남군문화관광진흥센터 초청으로 미황사를 찾은 인디언들은 다도와 저녁예불 등 불교문화를 체험한 뒤 ‘자연과 문화, 인간의 연대에 관한 치할리스의 노래’를 의식과 함께 불렀다.
“북미 원주민들은 쓰러져가는 자연 앞에서 엄청난 상실감과 영혼의 상처를 입었지만, 백인들로부터 삶터와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싸워왔다. 누구에게나 자신들의 전통문화를 지키는 것은 소중하다.”
목포대 문화인류학과 조경만 교수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북미 원주민들은 미황사에서 스님과 차를 나누며 종교적 신념을 나눴으며, 한국 전통의 모습을 간직한 미황사와 한국불교를 찬탄했다.
금강스님은 “미황사에 전해오는 진법군고(승병들이 진을 짜고 사기를 높이는데 쓰였던 풍물놀이)와 치할리스 원주민의 연희를 한자리에서 시연하며 새삼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느끼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박봉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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