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오후 5시 서울 개운사 법당. 복지법인 승가원 산하 10개 복지시설에 종사하는 직원과 사회복지사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매월 둘째 주 목요일은 법인 이사장 종범스님(중앙승가대 총장)의 <법화경> 강의가 있는 날. 바쁜 업무를 잠시 접고 달려온 80여명의 복지사들이 경전공부에 빠져든다.
승가원이 마련한 이 강의는 단순히 불교를 가르치고 배우는 경전 강의가 아니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사회복지사가 갖춰야 할 복지마인드를 부처님의 자비사상에서 찾아보자는 취지로 5월부터 시작됐다. 강의가 처음 시작됐을 때만 해도 일부 복지사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왔지만 지금은 오히려 강의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우리나라 최고의 강백중 한분인 종범스님에게서 법화경을 배우는 소중한 기회인 경전공부시간이 사회복지종사자로서 사명감과 소양을 기르는데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승가원 전체 직원의 50%가 넘는 무종교 복지사가 강의에 적극적으로 동참, 불교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사회복지사로서의 자긍심을 높이는 기회도 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지난 6월부터 매주 화요일 한 차례씩 법인 사무국 직원 12명이 자체적으로 소그룹 형태의 <법화경> 공부모임을 구성, 경전 독송과 열띤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불교계 복지단체가 이렇게 불교공부 모임을 갖는 일은 드문 경우로, 불교사회복지계에서 받아들일만한 모범적인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재 불교계가 운영하고 있는 인가ㆍ비인가 복지시설은 대략 500여 곳. 하지만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한 불교강좌 개설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일년에 한두 번 사찰을 찾아가는 ‘맛보기식’ 수련회가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복지사들에게 불교적 심성과 마인드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불교복지가 발전하려면 먼저 종사자들의 자질을 높여야 한다. 다른 복지시설들도 승가원의 ‘경전모임’을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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