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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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감은사지 역사기행…국악 감도는 석탑
《이제 아흐레 후면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던 그 휘영청 보름달이 밤하늘을 밝힐 이 날. 열두달 보름달에 차이가 있을까만 그래도 한가위는 그중에서도 으뜸아닐까. 달밤하면 떠오르는 신라. ‘신라의 달밤’은 어떤 분위기일까. 지난달 보름(8월 24일) 신라문화원의 ‘달빛신라 역사기행’을 따라가 그 달밤을 즐겨보았다.》

오후 8시 문무대왕의 수중릉 대왕암(경북 경주시 양북면) 앞 해변. 1백여명이 버스를 타고 찾았다. 달빛신라 역사기행에 참가한 휴가객들로 대부분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들.

아이들은 재잘대며 파도를 좇아 신나게 놀았다. 바람 시원하고 파도소리 그윽한 밤바다. 달맞이에는 더 없이 좋은 곳이었다. 동해 수평선 위로 떠오를 둥근 보름달을 기다리던 이들. 그러나 불행히도 짙은 구름으로 월출감상은 불발에 그쳤다.

이어 옮겨간 곳은 지척의 감은사지(感恩寺址). “죽은 뒤 바다의 용이 되어 외적의 침입을 막을테니 수중에 묻어달라던 선왕의 은덕에 감읍해 아들 신문왕이 지어올린 절이지요.” 신라문화원 공성규부장의 설명이었다. 대왕암에 오기전 장항리 절터에서 미리 이런 설명을 해준 터라 참가객들은 조용히 절터를 둘러 보았다.

장구한 세월. 건물은 사라졌건만 금당(金堂·부처님을 모신 건물) 양편의 삼층탑은 그대로다. 삼층이라 해도 동탑 서탑의 규모는 거대했다. 국내 불탑 가운데 가장 크다니.

캄캄한 밤. 사람들은 두 탑 사이 절마당에 앉았다. 그런 조금후 어둠이 사라지고 탑의 자태가 은은한 불빛에 드러났다. 참가객들이 촛불켜 밝힌 3백여개 백등의 불빛 덕분. 철사틀에 한지를 붙여 만든 이 백등. 신라문화원 회원들이 정성들여 만들어 달빛신라기행차 경주를 찾은 참가객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동탑 위로 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동안 절마당에서는 행사가 펼쳐졌다. 첫 순서는 불탑에 차를 공양하는 헌다례(獻茶禮). 이어 북장단에 맞춰 대금연주와 판소리 공연이 펼쳐졌다. 등밝힌 절터의 불탑 아래서 감상하는 국악 장단과 우리 소리, 간식으로 제공된 그윽한 녹차와 차향 은은한 차(茶)떡. 그 어울림이 좋았다. 국악공연이 한창 무르익을 즈음 동탑 위 밤하늘로 둥근 보름달이 얼굴을 내밀었다.

공연이 끝나고 탑돌이가 이어졌다. 손에 손에 백등과 촛불을 든 참가객들. 동탑에서 서탑으로 줄지어 걸으며 탑주변을 돌았다. 저마다 한가지 소원을 빌며. 탑돌이를 마치자 백등을 서탑 아래에 놓고는 손에 손을 잡고 탑을 에워쌌다. 강강수월래 놀이가 시작됐다. 노래를 부르며 빙글빙글 쉼없이 탑을 돌았다. 달빛 고고한 감은사지의 탑 아래서 맞는 ‘신라의 달밤’. 이렇듯 아름답고 운치있는 달밤을 어디서 또 맞을까.

▽여행정보▽

◇신라문화원(원장 진병길·www.silla.or.kr)〓우리의 전통 및 불교문화 보존을 위해 경주에서 활동중인 불교문화단체. 회원의 회비로만 운영된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중. ◇‘달빛신라 역사기행’〓1년에 네차례, 보름날 혹은 하루나 이틀전 오후에 펼친다. 신라유적 답사와 달밤 국악공연 감상 포함이 주요 이벤트. 다음 행사는 ‘달빛기행과 산사의 밤’으로 10월 19일(보름전날 오후 5시∼9시반) 불국사에서 펼쳐진다. 저녁예불 직전 외래방문객이 모두 떠난 경내에서 스님으로부터 불국사 역사를 배우고 예불전 의식인 사물의 울림을 듣는다. 달아래 석가탑에서 탑돌이도 있다. 노서리고분에서는 차를 마시며 대금연주를 듣는다. 1만5000원(버스+도시락+차와 차떡). 참가인원은 80명으로 제한. 054-774-1950

▼이색숙소…´차향기 가득한 집´▼

경주역에서 택시로 10분쯤 달렸을까. 골목길 벗어나니 푸른 산, 넓은 들이 보였다. 동천동이다. 흥륜사에서 칼에 베인 순교자 이차돈의 목이 날아와 떨어졌다는 이 곳. 황룡사와 분황사터 안압지가 깃든 서라벌 들판이 금학산(경주국립공원 소금강지구)과 맞닿는다. 그리고 진록의 숲을 배경으로 하얀 페인트빛이 더 하얗게 돗보이는 펜션 ‘차향기 가득한 집’은 예비군훈련장 입구의 경주국립공원 울타리에 있었다.

캐나다인 기술자가 자체 설계에 따라 캐나다산 미송을 가져와 직접 시공한 이 집(거실+방2개+부엌+다실). 잔디정원 앞을 하얀 나무펜스가 둘르고 있다. 실내는 원목 천지. 바닥 벽 은 물론 블라인드 커튼까지도. 나무향이 은은히 풍겼다. 천정의 선큰(지붕유리창), 거실의 벽난로, 부엌의 홈바형 식탁. 모든 것이 특이했다. 아트리움(유리벽 실내)으로 꾸민 뒷베란다는 다실(茶室).

그 특별함은 깔끔한 이부자리에서 돗보였다. 흰 광목을 끊어 만든 누빈 이불. 두세번만 사용해도 세탁해 늘 촉감이 까실까실하다. 주인부부는 식기세척기등 모든 비품과 소모품을 제공한다. 식기 양념은 물론 원두커피까지도. 토스트용 빵과 계란도 원하면 무료로 제공한다.

차마시기를 즐기는 주인부부는 딱 두 가지만 부탁한다. 가급적 부엌에서는 냄새짙은 음식 조리를 피해달라는 것. 그래서 마당에 바베큐그릴, 뒷곁에 별도 가스레인지를 비치했다. 다른 하나는 숙박인원을 8명으로 제한하는 것. 쾌적한 휴식을 위해서다. “가볍게 빈 몸으로 오세요. 그리고 집안에서는 향기로운 차를 마시면서 편히 쉬세요.” 주인부부의 당부다.

▽이용정보▽

경주시 동천동 265. △숙박료(1박·8명)〓주중 20만, 주말 25만원 △예약〓054-748-6754 혹은 chahyanggi@hotmail.com △찾아가기〓경부고속도로/경주IC∼직진(포항방면)∼구황교∼1㎞∼사거리(우회전)∼400m △서비스〓예약자에게는 이용안내문을 전자우편으로 발송.

▼식후경…김칫국형 해장국▼

“메르치(멸치) 밍태(명태)넣고 우린(우려낸) 물에 콩나몰(콩나물) 여코(넣고) 끓입니더.”

‘쌍둥이할매 해장국집’ 주인 이순덕 할머니(71·경주시 황오동). 억센 경상도 사투리가 시원한 콩나물 해장국 보다 더 감칠맛 난다. 경주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팔우정 로터리. 쌍둥이할매 해장국집은 길가의 열네곳 해장국집 가운데서도 허름하기로 으뜸갈 만했다. 그렇지만 찾기는 가장 쉽다. 경주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고분 바로 옆에 있기 때문.

‘경주해장국’은 특별하다. 멸치와 명태를 푹 끓여 우려낸 국물에 콩나물을 넣고 묵은 김장김치를 올리는데 국안에는 도토리묵을 채쳐서 넣어준다. 시원한 메밀묵 김치국이다. 선지와 우거지 넣은 해장국도 있지만 역시 경주해장국이라하면 이런 김칫국형을 말한다.

팔우정 로터리는 이런 경주해장국의 발상지. 시원한 그 맛 못잊어 되찾는 술꾼들 덕분에 해장국집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 해장국거리로 변한지 이미 오래다. 일곱달반만에 조산한 쌍둥이 친손녀를 직접 받아낸 뒤 식당이름도 바꿨다는 ‘쌍둥이할매’ 이씨. 음식자랑 보다 손녀자랑에 더 열심이다. 24시간 연중무휴. 054-774-4833.

동아일보
200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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