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살이. 벌써 2년째다. 창살과 간수만 없지, 감방이나 다름없다. 발밑에는 요강, 그 옆엔 휴지…. 영락없는 ‘독방 죄수’다.
흔하디흔한 선풍기. 이마저도 이 방에서만큼은 호화스럽다.
김태억 할아버지(70). 한 쪽 다리가 없다. 두 팔이 다리 역할을 대신한다. 시쳇말로 ‘앉은뱅이’, 이것이 김 할아버지에게 따라다니는 꼬리표이다.
재작년 6월, 김 할아버지는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다. 멀쩡하기만 했던 다리였다. 가끔 저렸던 것을 관절염 때문 일거라고 막연히 믿었다. 하지만, 다리는 새카맣게 타들어갔다. 왜 그런지도 모르고 찾아갔던 병원. 급히 절단해야만 살수 있다는 의사의 진단만을 들었다.
“어이없이 다리를 잘려냈어. 그때 생각만 하면 기가 막혀. 마취가 풀리자 잘린 다리를 보며 ‘이제 병신이 됐구나!’하고 한탄만 했지. 잘린 다리를 의사가 보여줄 땐 억장이 무너지더군.”
기막힌 사연은 또 있다. 보증금 6백만원에 월 10만원의 사글세 지하 단칸방, 이곳에서 14년을 살면서 침수피해만 세 번을 당했다.
지난해에도 방안은 온통 물난리였다. 하수관이 역류해 갑자기 물이 들어 닥친 채, 목까지 차올랐다. 물위에 동동 뜬 채로 손이 발이 되어 가까스로 헤엄쳐 빠져나왔다. 아내는 식당일하려 나간 바람에 도와주는 이도 없었다. 죽음, 눈앞을 스쳐지나가는 듯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을까? 길가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 차라리 왜 그 때 살았나 싶어. 그저 다리 잘리고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사실, 김 할아버지는 아내도 있고 아들도 둘이나 있다. 젊었을 땐, 자동차 공장 경비일을 하면서, 남들 먹고 사는 만큼은 살았다. 그러나 30년 전부터 아내 이삼분씨(66)가 앓고 있는 심장병과 척추병은 집안 살림을 언제나 쪼들게 했다.
동네 사람들은 아내의 ‘송장’을 치를 준비를 하라며 난리들이었다. 그래도 열일 제쳐 두고 아내의 간병에 매달렸다. 지금은 아내가 조금 나아져 병원에 힘겹게 약 타러 다닐 정도는 된다.
하지만 김 할아버지는 아내의 수발을 기대조차 못한다. 이러다보니 마흔 다 돼서 얻은 아들 둘은 초등학교 졸업으로 만족해야 했고, 쪼들리는 가정 형편은 아들들을 가출케 했다. 지금은 연락도 없는 아들들. 이들 노부부는 오히려 ‘속 편하게’ 산다며 쓴 미소로 고개를 내저었다.
매달 정부지원금 30만원으로 이들 노부부가 한달 생계를 꾸려간다지만, 공과금이며 솔솔치 않게 들어가는 생활필수품 구입에는 항상 빠듯하다. 더더욱 끼니며 빨래며 살림살이는 아내 이씨가 힘겹게 하고는 있지만, 김 할아버지의 목욕, 수발에는 힘이 부치다보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리모콘을 집어든 김태억 할아버지. 바깥세상과 유일하게 통하는 통로인 텔레비전을 켠다. 틀자마자 수해속보가 생뚱맞게 방안을 울려댄다. 전국이 온통 물난리라는 소식. 눈을 못 뗀다. 지난해 여름일이 생각난 걸까? 김태억 할아버지의 마음은 또다시 심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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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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