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본래 이기적일까, 아니면 이타적일까.’
불교에서는 인간존재의 근본을 이타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과학과 심리학에서는 이 두 가지가 혼재된 시각을 보여 왔다. 심지어 생물학에서는 유전자가 자기이기주의적인 정보체계로 구성돼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불교적 인간존재 규정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끈다.
미국 에모리 대학의 정신의학ㆍ행동과학 연구팀은 의학전문지 ‘뉴런(Neuron)’ 최신호에 발표한 ‘사회적 협력을 위한 신경계의 기초’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에서 “사람이 서로 간에 이타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은 ‘선한’ 행동이 즐거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20~26세 여성 26명을 대상으로 ‘협력’이냐 ‘배신’이냐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상황실험에 참가하게 한 뒤 뇌신경의 움직임을 MRI(자기공명장치)로 실시간 촬영한 결과, 협력적인 태도를 보일 때 뇌에서 즐거움을 유발시키는 신경조직이 최고조로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뇌신경의 활성화 체계가 사람의 이타주의를 강화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억제하도록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의 그레고리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우리가 서로 협력하도록 신경계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확증해 준다”고 말했다. 즉, 인간 생리학적 체계에 이타적인 요소가 내재돼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학자나 사회학자들은 ‘생존상 필요 때문에 서로 협력해 왔다’거나 ‘규범과 약속에 대한 처벌 위협이 서로를 돕게 만든다’는 이론을 내세워왔다.
이에 대해 김용정 박사(동국대 명예교수, 과학사상 편집장)는 “인간은 조화와 질서의 유기체로 태어나고 그렇기 때문에 본래 선(善)하지만 무지(무지)에 가려져 그것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하고 “연구팀이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이번 연구결과는 결국 인간 누구에게나 ‘불성’이 있다는 불교의 논리를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그 논리적 근거로 “인간 뇌에 협력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것은 인간이 공생을 본질로 삼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인간의 진화와 공생은 이타적인 심성, 즉 불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불교 유식학의 권위자인 오형근 박사(동국대 명예교수, 대승불교연구원장)는 “이번 연구결과가 다른 사람을 돕는 보살도를 가르치는 유식학의 대의(大義)와 일치한다”며 “인간을 이타적인 존재로 본 불교적 관점의 일면을 발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 박사는 “협력심의 강도가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 것은 무지를 어느 정도 걷어냈느냐의 차이며, 수행은 바로 그 무지를 벗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오 박사는 또 “서구 심리학과 과학이 이제는 불교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불교가 오래전부터 말해온 진리는 과학이 발달하면 발달할 수록 더욱 그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명우 기자
mwhan@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