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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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딸, 부모없는 손녀 생계 막막
“내 앞에서 죽어라. 내 죽고 없으면 불쌍한 너는 거지밖에 더 되겠나!”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에게 조소연(74) 할머니가 내뱉는 한숨섞인 말이다. 개금동의 영구임대아파트에 이미 성인의 나이를 훌쩍 넘겼지만 아이같은 딸 김윤자(30)씨와 나이는 어리지만 어른스런 손녀 혜진이(16)와 살고 있는 조소연 할머니. 95년, 이곳 영구 임대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집걱정은 덜었다고 해도 여섯 살 때부터 부모없이 자라고 있는 손녀와 딸을 보고 있자면 가슴이 아리며 눈물이 울컥 쏟는다. 할머니는 아픈 속을 다스리려 속절없이 독한 소리를 딸에게 해댄다.

그러나 그 말 속에 담긴 자식 사랑을 누가 쉬이 짐작할 수 있겠는가? ‘엄마’라는 말만 뚜렷할 뿐 의사소통이 어려운 딸은 사흘이 멀다하고 길을 잃어 짧게는 하루만에, 길게는 열이레만에 돌아와 할머니 속을 태웠다. 몇 년 전만 해도 진주, 포항, 울산 등지의 파출소에서 전화가 걸려오기 일쑤였다. 길을 잃을 것에 대비해 가슴에 달아두었던 이름표를 보고 연락을 해온 것이다.

할머니는 딸을 찾기 위한 전단도 준비해 놓았을 정도. “잠도 못자고 이 골목 저 골목 찾아 헤맬 때 마음 같아서는 돌아오면 흠씬 두들켜 패서라도 다시는 못나가게 해야지 싶다가도 막상 얼굴만 보면 반가워서 그럴 수가 있어야지.”

딸도 딸이지만 손녀를 생각하면 가슴 속에 서늘한 바람이 분다. “어미는 집을 나가버리고, 애비는 생사도 몰라요. 손녀한테는 죽었다고 했지요. 어린 것이 집안 형편을 헤아려서 뭐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는 걸 보면 대견하다가도 마음이 아파요.” 착하게 자란 손녀딸은 이제 복지관 봉사활동도 나가고 커서는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속이 깊다. 그런 손녀를 위해 얼마 전 할머니는 월부로 컴퓨터를 하나 구입했다. 8만원이면 중고컴퓨터 산다고 말해왔던 손녀딸이 안스러워 무리를 한 것이다. 환한 웃음 한번 웃어보지 못하고 살아왔고, 농아장애인과 다운증후군 자식을 낳아 숨 한번 편히 못 쉬고 살아온 나날이었다. 그래서 희망같은 손녀를 위해 앞뒤 없이 일을 저질렀던 것. 월부금 갚아나가기가 빠듯하지만 할머니는 시장에 안가는 것을 해결책으로 여기고 있다.

몇 십년을 배추밭, 파밭, 무밭 등지를 돌아다니며 상품가치가 없어 버린 채소들을 주워다 육교 앞에서 행상을 하며 지켜온 가족들. 허리가 아파 그 일마저 할 수가 없게 된 할머니 가족의 한달 수입은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1종의 보조금 50여만원이 전부다. 할머니의 허리 치료는 고사하고 병원에 살다시피하는 딸 치료와 손녀의 교육비 걱정에 몸은 앉아 있어도 마음고생은 더욱 심해졌다.

“손녀가 다 클 때까지 못살잖아요. 그러니 늘 그게 걱정이예요. 나 죽고나면 딸도, 손녀도 의지할 곳이 없는데….” 할머니의 다른 자식들도 하나같이 형편이 어렵거나 먼저 세상을 떠났다. 자식 앞세운 부모속이 편하랴. 약 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올 1월 먼저 보낸 아들 얘기에 목이 매지만 남아 있는 자식과 손녀의 앞날이 할머니 눈앞을 뿌옇게 흐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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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미희 기자
mhcheon@buddhapia.com
200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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