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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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비 마련못해 애태우는 유쌍자 할머니
“있는 사람한테 100만원이야 큰 돈이 아니지만, 우리 같은 처지에서는 무슨 재주로 그 돈을 구하겠어?”

유쌍자(66) 할머니는 벌써 6개월째 아픈 팔을 파스와 약으로 다스리며 고통을 견디고 있다. 지난해 12월 오른쪽 팔이 끊어질 듯 아프면서 팔을 들지도 못하게 되었을 때, 할머니는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었다. 병원에서는 좀 더 자세한 진단을 위해서 특수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했지만 돈 걱정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차비가 없어 병원 가는 것도 걱정인 사람이 무슨 특수검사를 받겠어? 사정사정했더니 이런 저런 검사 끝에 수술을 해야 한다더군.”

할머니는 수술마저도 완쾌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더 이상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니 답답하기만 하다. 한시가 급하다는 병원의 말에도 할머니는 벌써 6개월째 꼬박 꼬박 약을 타러 가고 있을 뿐이다. 병원에서는 갈 때마다 수술을 안하면 팔 혈관에 생긴 염증으로 위험하다고 겁나는 얘기만 되풀이한다.

5년 전 미끄러져 다친 허리를 2년 동안 약으로 버티다 결국 거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적이 있는 할머니는 의사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결국 물렁뼈 대신 쇠를 허리에 박아 넣는 수술을 하고서야 겨우 거동을 하게 된 할머니로서는 팔 수술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일임에도 수술비와 입원비 걱정에 엄두를 못내고 있는 것이다.

허리 수술 때도 50만원이라 했던 당초 치료비가 합병증으로 치료기간이 길어지면서 200만원이나 나온 적이 있고 보니 걱정이 더 앞선다. 이래저래 답답한 마음으로 시간만 보내고 있을 뿐이다.

“3주를 입원해야 한다잖아. 그래서 통원치료 하면 안되겠느냐고 사정을 했어. 그랬더니 수술비는 50만원으로 해준다는데 입원은 해야 된다네.”

유 할머니는 수술에 앞서 당뇨조절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챙겨야 할 것이 많다. 10년 전 의식을 잃고 쓰러져 갑상선 진단을 받으면서 당뇨, 천식 등 여러 가지 합병증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때 얻는 병으로 지금까지 할머니는 약 떨어질 날이 없다. 주섬주섬 챙기는 약 종류만도 갑상선, 골다공증, 천식, 고혈압, 당뇨 등 셀 수 조차 없다.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먹고 사는 셈이다.

“젊을 때는 부자 밥 먹듯 굶으면서 살았는데, 이제 약을 그렇게 먹고 있으니, 속이 아파서 또 위장약도 먹어야 하고......” 가뜩이나 좁은 방을 다 차지할 듯 펼쳐진 약을 보며 할머니는 다시 심란해진다.

1종 생활보호대상자인 유 할머니의 정부보조금은 월 12만원. 그 돈으로 월세 6만원을 내고 전기세, 물세 등을 내고 나면 반찬 마련조차 어렵다. 호적이 잘못되어 나이가 실제보다 어려 보조금도 작은데다 대중교통비도 모두 내야 한다. 그래서 차비나 벌어보자고 1년 전부터 시작했던 박스 모으는 일이 할머니에게는 무리가 되었나 보다.

‘쌍자’라는 이름에서 알수 있듯 할머니는 쌍둥이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먹을 것을 제대로 못 먹고 자랐다. 함께 태어났던 쌍둥이가 아들이어서 더욱 그랬단다. 초등학생 키만큼 작은 키의 할머니가 박스를 모으고 가져오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았으리라. 여기 저기 다니며 박스를 모아 봤자 겨우 몇 천원 벌이. 그것마저 할 수 없게 된 요즘, 유 할머니는 팔이 아픈 고통과 함께 이러다 팔까지 못쓰게 되면 어떻게 살아가나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에 밤잠을 설친다.

10년 전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안 입고, 안 먹고 아껴 얻었던 전셋집을 치료비로 모두 날리고 혼자 살고 있던 언니 옆으로 방을 구해 이사를 왔다.

집으로 들어서는 골목길에서 할머니는 “우리 집, 지난해 겨울에 용호복지관에서 말끔히 고쳐 주었어.”라고 자랑 섞인 말을 했다. 비도 새고, 천정이 무너져 내릴 듯 했던 예전의 집이라면 민망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길에서 바로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면 곧바로 좁은 부엌과 방이 연결돼 있는 똑같은 구조의 방을 얻어 언니와 나란히 살게 된지 5년째다. 그래도 혈육이 가까이 살고 있으니 서로 의지가 된다.

언니 유처자(72) 할머니는 스스로도 거동이 불편하면서도 “젊어서부터 고생만 하고 살았는데 팔 수술을 못해서 잘못될까 걱정”이라며 동생을 바로 보는 얼굴에 시름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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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미희 기자
mhcheon@buddhapia.com
200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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