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부산ㆍ경남권 건설사업에 대한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의 환경영향평가서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부실하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면죄부를 준 평가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5월 23일 부산일보사 강당에서 열린 경부고속철도 금정산·천성산 통과반대를 위한 1차 토론회에서 이병인 밀양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93년부터 조사가 실시돼 94년 최종 제출된 부산경남구간의 환경영향평가서 자료는 자연생태계분야에서 기존 자료와 차이가 현저하다”고 지적했다.
‘금정산ㆍ천성산 경부고속철도 통과시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이라는 이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전체적인 동식물의 종수 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지정한 희귀동식물의 존재 조차 언급되지 않았다”며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참매와 보호종인 수리부엉이, 붉은 배새매 등 50여종의 보호 동식물과 습지식물 64과 219종을 비롯 200여과 800여종의 식물이 누락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부산ㆍ경남 75㎞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가운데 핵심이라 할 수 있는 56.6%에 달하는 42.4㎞의 터널구간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98년 울산 무제치늪이 국가생태계보전지역으로, 2002년 천성산 화엄늪이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이에 대한 재평가는 전혀 고려되지 않아 환경영향평가가 개발부서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밖에도 생태적, 지하수 및 지질학적, 문화적 영향에 대한 신뢰할만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환경영향 및 평가가 수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충분한 조사를 통한 검증이 있기 전에는 사업을 중단하고 적절한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정산 고속철도 통과반대 시민종교대책위원회와 금정산ㆍ천성산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함세영 부산대 지구환경시스템부 교수도 ‘고속전철터널의 금정산ㆍ천성산 통과에 따른 지하수 및 지질학적 영향과 문제점’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터널관통으로 대량의 지하수가 누출되어 지하수 고갈, 동래온천수 고갈, 습지 등 생태계 파괴의 우려가 높다”며 이병인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천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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