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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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곱추 노인' 임악덕 할머니
국민기초수급자로 한달 정부지원금 25만 2천원. 월세비 15만원과 공과금 4만원을 치르고 나면 남는 생활비는 고작 6만원뿐. 병명은 ‘곱추’, 전문의학용어로 말하면 ‘야곱병’. 지하방에 10년 넘게 살다보니 여기에 보태진 병은 심한 천식과 피부병, 게다가 관절염에 좌안 녹내장, 굽은 허리로 만성 소화불량에 복부팽만증. 독거노인으로 나이는 68세… ‘곱추 노인’ 임악덕 할머니가 안고 살아가는 무거운 ‘짐’들이다.

입을 굳게 다문 채로 창밖만 응시하고 있는 임 할머니. 기자의 눈과 마주쳤을 때 눈빛은 이미 초점이 흐려져 있었다. 임 할머니가 말문을 열기까지 인내 아닌 인내로 한 시간 넘게 저린 다리를 몇 번이나 고쳐가며 앉아 있어야 했다.

“어렸을 땐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도 몰랐어.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약 사먹을 돈이 있었겠어. 그냥 죽지 못해 고향 전남 진도 집에서 밭일과 겟 일을 하면서 밥만 축내고 살아왔지.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렵게 사는 동생 놈 집에서 30년 넘게 얹혀살다, 18년 전에 서울로 무작정 올라와 젓갈행상을 하며 근근이 연명만 하고 살아온 거지…” 최근 앓고 있는 천식으로 호흡이 짧아 그나마 말문이 끊긴다.

며칠 전 임 할머니는 죽다 살아났다. 볕조차 잘 들지 않는 지하 단칸방. 문 앞을 떡하니 지키고 서 있는 연탄보일러. 가스냄새가 고스란히 방안으로 흘러들어오기에 충분했다. 연탄 가스 중독으로 혼수상태에 있었던 임 할머니. 방문 급식하던 봉사자가 발견해 병원으로 데려가 가까스로 살아났다. 덕분에 임 할머니는 지난 겨울 내내 창문을 반쯤 열고 살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온갖 먼지와 소음들로 감기와 천식을 몸에 달고 지냈다.

이뿐만 아니다. 1층 화장실을 다녀오다 발을 헛디뎌 다리도 삐었다. 턱이 높은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하다 결국은 계단에서 떨어져 지금은 꼼짝달싹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연신 다리를 매만지는 임 할머니. 재기동 뚝방 집에서 살던 때가 그립다고 한다. 그나마 지팡이라고 짚고 거동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임 할머니에게는 한 가지 소망이 있다. 지하방에서 벗어나는 것. 하루 한 끼도 해결하기 힘든 처지지만, 연탄가스 사고 때만 생각하면, 이 소망이 더욱 간절해진다.

주소 : 서울 성북구 종암2동 1-41번지
전화 : (02)941-8574
계좌번호 : 중소기업은행 011-002295-02-011(예금주 임악덕)

김철우 기자
in-gan@buddhapia.com
200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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