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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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들의 가정공동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좁은 골목길. 나지막한 단층집들이 서로 어깨를 마주하고 있다. 돌고 돌아 막다른 길과 맞닥뜨리다보면, 시각장애인들의 가정공동체인 ‘아나율의 집(시설장 김영숙)’이 그곳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있다.

시각장애인 배진기 씨(31). 며칠 전 또 컵을 깨면서 손끝이 크게 베였다. ‘눈’이나 다름없는 손끝을 사용하지 못하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 지하철 플랫폼에서 떨어졌을 때보다 그나마 한결 낫다고 배씨가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수많은 불편들. 더듬더듬 이들의 손끝이 바빠질수록 더해져만 가는 답답함. 여기 살고 있는 최갑용 씨(29), 김종국 씨(20), 막내 권오식 군(19)도 마찬가지다. 하긴 세상은 이들을 시쳇말로 ‘장님’이라고 부를 줄만 알았지, 이들의 ‘눈’이 되어주질 못했다.

이들의 속앓이, 따지고 보면 한도 끝도 없다. 한결같이 어렵게 행상 등을 하는 부모들과 형제들에게 본의 아니게 ‘천덕꾸러기’로 살아오다, 자의반 타의반 이곳으로 온지 벌써 2년이 훌쩍 넘어섰다. 게다가 평생 동안 빛을 잃어 버리고 산다는 것. 그 자체가 젊디젊은 이들의 삶을 옭아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얼굴도 모른 채 20년째 살고 있는 권 군은 “그야말로 세상과 부딪치며 살았죠. 저 같은 맹인들이 스스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자립의 길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들을 뒷바라지에 손이 가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하루 세 끼 밥부터 빨래며, 학교 등하교 준비까지. 어린 아이들 돌보듯 이들에게 한시라도 눈을 못 떼기 때문에 시설장 김영숙 씨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항상 아쉬워한다.
‘아나율의 집’ 시설장인 김 씨는 또 “매월 모자라는 운영비도 문제지만, 이들이 살아갈 길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각장애인들 대부분들이 안마나 지압 등의 일을 하게 되는데 좀더 다양한 길을 열어 줄 수 있도록 후견기업체들이 삶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을 보탠다.

이곳 살림은 이렇다. 정부 인가시설이라고는 하지만, 한달에 3백만 원 넘게 들어가는 5명의 생활비와 시설장 인건비 등을 감당하기에는 언제나 벅차다. 1~2십만 원 정도 답지되는 후원금은 이곳 살림살이를 돕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가벼운 바깥나들이는커녕 부식비 대는 것조차 벅차다.

이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눈이 되어줄 빛이 필요하다. 동정심이 아닌 따뜻한 정성으로.

주소 :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26-5. 전화번호 (02)720-6663,
후원계좌 조흥은행 376-03-005002 (예금주 사회복지법인 승가원)

김철우 기자
in-gan@buddhapia.com
200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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