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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 얼굴 사진 하나가 뎅그라니 걸려 있는 빈소에서는 평소 인연 있던 스님들의 염불소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으며 각계에서 문상객과 조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중광스님은 상좌가 없는 탓인지 서울 구룡사 주지 정우스님이 호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찾아 온 문상객들은 중관스님의 생전 일화들을 되새기며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정우스님은 지난 90년 서울 포이동에 구룡사를 설립한 직후 중광스님이 아무런 조건없이 내놓은 수백점의 선서화들로 전시회를 열어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바 있다.
"그런 인연이 없어도 한 문중의 사숙뻘 되는 중광스님의 빈소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정우스님은 "구도자로서 참자유를 체득하고 사바세계의 갖은 속박들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중광스님의 몸부림은 이제 입적으로 대단원을 맞았다. 중광스님의 입적은 한 인간의 죽음 이전에 중생의 정신과 육체를 경계없이 해탈하는 참자유인의 거룩한 여정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효의 무애가나 중광의 가갸거겨를 두고 어찌 다른 일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정우 스님의 설명을 가로채며 말을 이은 사람은 가수 이남이씨다. 중광스님이 생시에 정말 초월적 경지에서 어울렸던 이남이씨. 그는 중광스님의 입적 앞에서 "현대라는 복잡한 사회에 가갸거겨라는 법문을 던진 중관스님의 참 뜻을 알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비극"이라며 소주잔을 기울였던 것. 이남이씨는 "중광스님은 정말 무소유의 표본이었다"며 "한 때는 단 한푼의 돈도 없이 찾아왔다가 역시 한 푼의 돈도 사양하고 빈 주머니 그대로 떠나기도 했다"며 회상에 잠겼다.
2년전 마지막 전시회의 타이틀이 '괜히 왔다가다'였지만 중광스님은 이 세상에 괜히 다녀 가는 것이 아님을 빈소에서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빈소가 마련된 10일 오전에는 함께 예술이라는 화두를 부여잡고 고뇌하던 도반 오현스님과 정휴스님 이근배 시인 등이 조문을 했고 오후에는 석성우(불교텔레비전 이사장) 스님과 삼성출판사 김종규 회장, 연예인 임백천 김연주씨 등이 다녀갔다.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의 조화를 비롯 즐비한 조화들 가운데 눈에 콱 들어오는 조화 하나. 벽해스님은 조의를 전하는 조하의 띠에다가 이렇게 적었다.
해탈진언 '애고 애고.'
임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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