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2002년을 ‘세계 산의 해’로 지정했다. 유엔은 지난해 12월 11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주최로 출범식을 갖고 산림 생태계에 대한 인식 제고와 산간 공동체들의 문화유산 및 환경 보전을 호소했다.
유엔이 이례적으로 ‘산’을 연중 캠페인 주제로 정하고 관심을 호소하고 나선 것은 ‘인류의 어머니’인 산이 그만큼 많이 훼손돼 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출범식에 보낸 메시지에서 “산의 환경이 벌채와 오염, 수계(水系) 파괴, 토착적 전통 소멸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하고 “개발과 보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인구 60억 명 가운데 약 10분의 1이 산악 지대에 살고 있으며 절반 가량인 30억 명은 산에서 마실 물을 얻고 있다. 도시화에 따른 산 훼손도 가속화되고 있다.
1950년부터 40년 동안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는 78개에서 290개로 늘었다. 지난 100년 동안 세계 인구는 2배 증가했지만 물 수요는 6배 늘었다. 이 때문에 도시 인근 산들은 물 수요를 위한 댐 건설로 생태계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인류의 농경 생활 이전에는 약 62억ha였던 지구의 산림 면적도 갈수록 줄어들어, 지난해 FAO 조사로는 절반 수준인 약 34억ha에 머물고 있다.
산림 면적이 국토 면적의 64.6%에 달하는 우리 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1999년 642만2773ha였던 우리 나라의 산림 면적이 2000년에는 서울 남산의 26배인 7873ha가 줄어들었다.
절은 예로부터 산을 지키는 ‘파수꾼’이었다. 큰 절 이름 위에는 으레 산 이름이 붙었고, 스님들이 스스로를 ‘가야산인’ ‘금정산인’ 등 산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산과의 친화성을 보여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절에는 산감(山監)이라는 소임이 있었고, 산불이라도 나면 학인들까지도 산불 진화에 나서곤 했다.
한국 불교 대표 종단인 조계종은 유엔의 ‘세계 산의 해’ 지정과 관계없이 지난해부터 환경위원회(위원장 성타 스님)를 구성하고 산림 보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불교 환경 의제 수립을 위한 실태조사’의 일환으로 불교환경연대에 의뢰해 전국의 사찰림을 파악하고 주요 나무 종류와 보존 상태 등 생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불교환경연대(상임 대표 수경 스님)도 지난해 11월 오대산 지역의 생태, 문화 환경을 조사한 데 이어 올해는 설악산과 태백산에 있는 절과 주변 지역에 대해 생태·문화 조사를 실시한다.
유엔의 ‘2002 세계 산의 해’ 출범식에 맞춰 미국, 독일 등 34개국이 이미 행사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우리 나라도 산림청 주관으로 ‘산! 더불어 사는 터전’을 주제로 한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2월 중 웹사이트 개설에 이어 4월부터 기념식과 학술행사, 산림 헌장 선포 등의 기본 행사 외에도 ‘산을 찾아서’ ‘백두대간을 건강하게’ ‘살기 좋은 산촌’ ‘아름다운 산과 숲’ 등 4대 기획 행사를 연중 펼쳐 나갈 계획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일은 올 한 해에 그치는 단기적인 행사가 아니라 2002년 이후에도 지속되어야 할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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