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전 일제 패망당시 한국인에게 도움을 받았던 한 일본인 가정이 세대를 넘어 자식대에서도 그 은혜에 보답하고 있다.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아버지를 구해준 한국인들에게 보은하고 한국인강제 징용자들에게 참회하고자 한국 사찰인 ‘화쟁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사람들은 올해 65살의 가또 미쯔오씨와 동생 마사오씨 형제. 태평양이 내려다 보이는 일본 나고야시 치타반도 남쪽마을 언덕 3천여평의 부지에 한국식 대형사찰을 짓고자 터다지는 공사를 한창 진행중이다.
원효대사의 화쟁사상을 일본 사회에 널리 구현할 목적으로 건립되는 화쟁사는 70평의 대웅전을 비롯 명부전, 삼성각, 일주문, 종각 등에 소요되는 일체의 건축자재를 모두 한국에서 가져다 쓸 방침이다. 또한 태평양전쟁으로 일본땅에 끌려와 희생된 채 전국 사찰에 보관중인 유골들을 15m의 대일여래불상의 지하에 납골안치하고 위령천도할 계획이다. 불상은 목아불교박물관에서 제작중이다.
가토 미츠오씨는 “아버지는 당신이 살아있는 것은 한국사람 덕분이다, 그 덕에 너희들도 태어날 수 있었다고 자주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일본 땅에서 숨진 한국인 유골을 모실 절 지을 것을 유언했다”며 화쟁사 창건동기를 밝혔다.
군인이었던 아버지 가또씨는 태평양전쟁이 끝난 지난 1945년 병환으로 퇴각대열에 끼이지 못해 한국에 남게 됐다. 여러 차례 목숨을 잃을뻔 하기도 했지만 어느 이름모를 함경도민의 도움으로 무사히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늘 빚진 마음으로 살던 아버지 가또씨는 당시에 희생된 한국인 유골들이 일본내에 방치돼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들을 모실 절을 짓기로 하고 돈을 모았다. 그런데 절터만 사놓은 상태에서 지난 81년 임종을 맞았고, 자식들에게 이 사업을 유언으로 남겼다.
하지만 그 뒤로 20년의 세월이 흘렀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공사비 10억원을 사기당해 착공도 하기전에 사업을 중단해야 했고, 거액의 돈을 제시하며 땅을 팔도록 유혹해온 부동산 업자도 많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나고야 주민들이 ‘화쟁사 후원회’를 조직하고 “(징용됐던) 한국인들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우리 일본인들의 손으로 절을 짓자”며 모금활동에 나서는 등 모두가 자기 일처럼 사찰건립을 돕고 나섰다.
그동안 가토 미츠오씨는 이 사업을 위해 수차례 한국을 다녀갔다. 한국식 절이어야 하기 때문에 조계사 등 국내 유명사찰은 모두 둘러봤다. 소문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이시형 박사가 중심이 된 ‘태평로 모임’에서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나섰다. 가또 형제는 부지 한켠에 한국식 임시불당을 마련해놓고 선친의 유언이 이뤄지도록 매일같이 불공을 드리고 있다.
화쟁사 건립추진위원(한국측 대표)인 박상규 원효종 사무국장은 “이들이 보여주는 우정과 신뢰는 월드컵 공동개최라는 국가적 행사에 앞서 민족간 화해와 불국토를 앞당기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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