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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날 부산역에서의 팥죽공양
“팥죽 드시고 가세요! 따뜻하고 맛있는 팥죽입니다!”

12월 22일 동지날, 부산역 광장에는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드는 팥죽 잔치가 열렸다. 자비실천찬불가회(회장 한영옥, 법명 대각행) 회원들이 지난해에 이어 팥죽 공양을 준비한 것이다.

예로부터 동지는 태양이 기운을 회복하기 시작하는 날이라 하여 설날로 삼기도 했다는데, 이날 부산역의 풍경은 꼭 설날 잔치 같다.

한쪽에선 국악인들의 공연이 열리고 또 한쪽에선 동지팥죽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천여 그릇에 달하는 팥죽을 대접해야 하는 큰 잔치이고 보니 이러 저리 죽 그릇을 나르는 보살들의 손놀림은 쉴 틈이 없다.

“지난해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어 그만 두려 했는데, 동지가 다가오니 쌀을 보시하겠다는 연락이 오고 귤도 공양이 들어오니, 심부름꾼인 내가 안할 수가 있어 야죠” 팥죽 잔치를 차린 주인공인 한 대각행(64세) 회장은 한사코 주위 분들의 도움에 공을 돌린다.

94년 자비실천찬불가회를 만들 무렵의 일이다. 대각행 회장이 몸이 아파 누워 있는데 병원에 같이 봉사 다니는 보살이 다급하게 전화를 했다. “타종교는 병원마다 찾아다니면서 찬송가를 들려주는데 불교합창단이 없어 안타깝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곳곳에서 어떻게 소식을 듣고, 연락처를 알았는지 ‘합창단 좀 보내달라’는 전화를 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시작한 일이 이제 힘들고 어려운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자비실천을 행하는 합창단이 되었다.

사찰에 등록된 합창단이 아니어서 합창단이 없는 사찰, 단체 어디든 달려가 봉사를 해 줄 수는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재정 충당에 어려움이 많다.

한 대각행 회장은 “지난해 팥죽 공양 준비 때도 두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며 다시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래도 한 대각행 회장에겐 포기란 없다. 어떤 스님이 도움을 청해 왔는데 형편이 허락지 않자 이자 돈을 빌려서 건네줬을 정도로 베풀고 도와주는 것을 숙명처럼 타고난 까닭이다.

“너무 힘들다고 연락이 오는데 어떻게 해요? 물 한 모금이라도 도움을 줘야 하는 일이니 모른 척 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도 무슨 일을 하려고 할 때마다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내 한 몸 힘들여 수고하면 그분들 마음을 어려운 이들에게 전할 수가 있으니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할 겁니다.”

‘노래 실력은 아마추어지만 봉사의 마음만은 프로급’인 자비실천찬불가회가 그동안 해온 봉사 또한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수준급이다.

상주 수해지구에 몇 트럭분의 옷, 먹을 것, 이불 등을 싣고 간 것과 김해교도소, 철원 군부대, 논산훈련소 위문공연 및 떡, 단주, 과일 등을 공양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아무리 깊은 산골이라도 행사에 합창단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면 달려갔고 주머니 돈을 털어주고 돌아오곤 했다. 이제 60명에 달하는 회원들도 한 대각행 회장의 격의 없고 꾸밈없는 실천 행에 반해 신심을 더해 활동하고 있다.

“봉사와 자비실천은 부처님께서 주신 숙제이니 아무리 힘들어도 결코 물러서거나 피해서는 안된다”는 한 대각행 회장은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세세생생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자비실천의 흐름이 끊기지 않았으면”하는 서원 하나로 아픈 다리도 잊고 사람들 마음 모으기에 짧아진 겨울해가 더욱 짧다. 문의 011-859-1547.

천미희 기자
mhcheon@buddhapia.com
200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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