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로 복역중인 불자가 신심을 불태우며 작사 작곡한 작품이 제3회 창작 찬불가 공모 경연대회 대상수상작으로 선정돼 눈길을 끌고 있다.
12월 1일 동국대 중강당에서 열린 대회에 법무부 장관의 특별허가를 받아 어렵게 무대에 선 화제의 주인공은 대전교도소에 무기수로 복역중인 최봉종씨(31).
최씨의 작품 ‘나유타(nayuta)’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수’라는 뜻으로, 자신의 어릴 적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을 담은 노래다.
불교음악의 발전과 신인 음악인 발굴을 위해 조계종 총무원(원장 정대스님)이 주최한 이날 행사는 기존의 악보와 녹음테이프만으로 하던 심사방식에서 탈피해 가요제 형식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본선에 진출한 9곡은 악보를 통한 최종 예선심사를 거쳐 선정된 곡들이다.
이번 대회의 우수상은 ‘꿈속의 사랑’(혜성스님 작사, 김연하 작곡)이 차지했으며, 아름다운 노랫말 상은 ‘바로 가까이’(이승원 작사, 작곡)에 돌아갔다.
반영규 불교음악협회 이사장은 심사평을 통해 “불교적인 정서가 함축적으로 표현되면서도 누구나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곡을 중심으로 선발했다”며 “이번에 발표된 락과 동요,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찬불 음악들이 포교의 현장에서 적극 활용되어 궁극적으로는 불교음악 발전의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9곡은 내년에 CD로 제작되어 불교단체와 사찰에 보급될 예정이다.
◎ 최봉종씨 인터뷰
‘옷깃만 스쳐가도 그 인연은 오백생의 인연이라는데 오늘날 만난 이 불법은 그 어떤 인연입니까’(최봉종 작사/작곡 ‘나유타’ 中)
14년 만에 바깥 세상에 나와 모든 것이 낯설다는 최봉종(31)씨. 자신이 작사, 작곡한 ‘나유타’로 ‘제 3회 창작찬불가 공모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고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얼굴이다. ‘나유타’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수’ 라는 뜻으로 최씨가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불법을 만난 인연에 대한 내용을 친숙한 대중가요 리듬에 담은 곡이다.
17살 때 교도소에 들어가 현재 대전교도소에 무기수로 장기 복역 중인 그가 처음 불교를 접한 것은 10여년 전이다. 이후 불교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고 대전교도소 불교분과위가 마련한 ‘불교방’에서 독학으로 하루 10시간씩 음악공부를 했다. 자신이 음악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틈틈이 작사, 작곡을 해온 찬불가가 벌써 20여곡에 달한다. 최씨는 지난 제 2회 창작 찬불가 경연대회에서도 장려상을 받았다.
사실 무기수가 외출을 허락받기는 쉽지 않다. 11월 26일 가까스로 법무부의 허가를 받는 등 우여곡절 끝에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대상을 받게 되자 “원래 사형수였던 제가 무기수로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만도 죄스럽다”며 “어둠 속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만나 참회의 기회를 얻었고, 108배 하는 마음으로 찬불가 창작에 힘쓰며 마음의 짐을 덜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심사위원들도 노래에 최씨의 절실한 마음이 담겨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최씨를 감호하고 온 대전교도소 간사장 정의춘씨는 “최봉종씨가 불교를 통해 모범수로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있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교도소 내 불교분과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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