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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체험, 뇌의 화학작용
니르바나 즉 무아의 경지에 이르거나 신의 목소리를 듣는 등의 인간의 영적(靈的) 체험까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최근 미국에서는 종교적 체험을 두뇌활동의 한 현상으로 해석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이들 연구진은 "인간의 두뇌가 뇌 신경계의 화학적 변화나 특별한 정신적 활동에 의해 영적인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주장한다" 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앤드루 뉴버그(Andrew Newberg) 교수는 티베트 불교 명상가들에게 추적용 방사성 물질을 주입해 두뇌활동을 촬영한 결과 깊은 명상에 빠졌을 때 대뇌의 한부분인 두정엽(頭頂葉)의 활동이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했다. 두정엽은 자아 인식과 신체적 방향감각을 담당하는 부위다.

뉴버그 교수는 "두정엽의 활동이 정지되면 사람들은 우주와 하나가 된 듯한 니르바나의 경지에 빠지게 된다" 며 "인간의 두뇌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한 종교는 영원히 존재할 것이고 사람들은 신을 믿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주장을 <왜 신은 사라지지 않는가(Why God Won't Go Away)>라는 책으로 펴냈다.

캐나다 서드베리 로렌시아대의 마이클 퍼싱어(Michael Persinger) 교수는 사람들의 두뇌에 약한 전자기를 흘려보내는 실험에서 5명 가운데 4명이 종교적인 체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 중 일부는 흐느꼈고, 일부는 자신이 신과 접촉하거나 악마와 대화를 나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며 "이 실험으로 종교적 체험은 두뇌와 관련 있는 것이며 두뇌 이외의 것과는 연관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에서는 종교적 체험과 간질 발작의 관계를, 듀크대에서는 환각제와 영적 체험의 관계를 조사하는 등 두뇌와 종교적 현상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물론 종교적 체험을 '과학적' 으로 분석하려는 이 같은 시도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종교적 체험이 두뇌활동과 관련돼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두뇌의 바깥에 있다는 것이다.

미국 아이다호대 재임스 오스틴(James Austine) 교수는 “선이나 기도와 같은 종교적 체험이 바탕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뇌의 화학적 작용만으로 몰아(沒我)의 경계를 논하는 것은, 자칫 종교의 깨달음을 폄하시킬 수 있다”며 "이를 연구하는 신경학자들이 종교적 수행을 병행해야 할 것“아라고 말했다. <선과 두뇌(Zen and the Brain)>의 저자이기도 한 오스틴 교수는 일본에서 수년간 선을 배웠고, 현재 명상가로 활동하고 있다.

<신과 두뇌(the God and the Brain)>의 저자 메튜 알퍼(Mattew Alper) 씨는 “종교의 가르침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인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며 “서로를 죽여야 하는 전쟁터로 향하는 병사들은 슬품과 두려움을 겪기 마련인데, 이는 종교적 윤리로 설명할 수 있지 뇌의 화학적 작용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캔자스대 대니얼 뱃슨(Daniel Batson) 교수는 "두뇌가 종교를 만든다고 주장하는 것은 피아노가 음악을 만든다고 강변하는 것과 다름없다" 고 말했다.

오종욱 기자
gobaoou@buddhapia.com
200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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