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서부도시 뿌네의 도심을 벗어나 교외로 향하는 길목, 아담한 흰색 건축물이 눈길을 끈다. 아치 모양의 지붕으로 통로를 본 건물과 연결시킨 특이한 건축구조하며, 작지만 정성껏 가꾸어진 뜰, 말끔히 비질이 되어있는 입구는 이곳이 ‘뭔가 다른’ 곳임을 말해준다. 과연 정문을 들어서면 활짝 열린 법당 문 너머로 아련하게 부처님의 미소가 참배객을 감싸준다.
뿌네 다포디에 있는 이 법당은 TBMSG(모든 불자들을 돕는 모임, Trailokiya Bauddha Mahasangha Sahayak Gana)에서 건립한 것으로 불교서적들을 보유하고 있는 도서관과 관리사무실, 작은 노천극장도 갖추고 있어 뿌네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꼽힌다.
법당에서 약 200미터 떨어진 곳에는 3층 건물의 사회복지관이 있고, 뿌네 시내 3곳에서도 사무실과 복지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TBMSG는 인도 전국적으로 8개의 법당과 참선센터를 건립했으며, 22개 지역에서 교리강좌와 참선교실을 열고 있다.
이 기구의 사회복지 전담부서에서는 뭄바이를 비롯 6개 도시에서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 초 지진으로 폐허가 된 구자라뜨 지방에서도 구호물자를 전달하고 교리강좌를 여는 등 포교와 사회사업의 방면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구자라뜨 지진 피해지역을 돕는 기금 마련을 위해 부처님의 생애를 그린 바라따나띠얌 (인도 고전무용의 일종) 무용 공연을 개최하여 사회사업과 함께 지역문화 발전에도 기여를 했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점심시간이 막 지난 오후, 필자가 돌아본 뿌네의 사회복지관은 조용한 가운데에도 활기찬 모습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점심식사 후 유치원 아이들을 낮잠재우며 말소리를 낮추는 보모들, 2층에서는 재봉교실에 참여한 여신도들이 재봉틀을 돌리고 있고, 진료소에서는 오전의 순회진료에서 돌아온 간호사들이 오후진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저녁때는 언제나 그렇듯이 30~40명의 불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법당에서 참선교실이 열렸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열리는 참선교실과 교리강좌는 요일별로 대상을 바꾸어 다른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다포디의 법당에서는 이른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부처님께 꽃을 공양하거나 참선을 하는 불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TBMSG의 역사는 영국인으로서 불법에 깊이 귀의한 상가락시따(Sangharakshita) 법사가 인도 불교 부흥의 대망을 품고 인도에 건너온 1944년까지 소급된다. 그는 인도 동부의 깔림퐁에 절을 짓고 포교를 하던 중, 인도 불교 중흥의 계기가 된 암베드까르 박사와 인연을 맺게 되고, 이후 마하라슈트라를 중심으로 기나긴 전법여행을 하며 박사 사후의 집단 개종을 도왔다.
그는 1964년 포교활동의 본부를 인도에서 영국으로 옮겨 ‘서구불교의 법우들’ (Friends of the Western Buddhist Order)이라는 모임을 발족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편 인도에서는 상가락시따 법사가 다져놓은 기반 위에 그의 제자인 로까미뜨라(Lokamitra) 법사가 활동을 지속시켜 나갔다.
영국 출신이면서 인도로 귀화하여 이제는 인도인이 된 로까미뜨라는 1977년부터 인도에서의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1979년에는 정식으로 TBMSG를 설립하여 조직적이고 꾸준한 전법활동과 사회복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구불교의 법우들’과의 연계로 인해 영국에서 인도 불교에 헌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하러 인도를 방문하고 있지만, 대부분 1년 미만의 단기에 그치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업은 모두 인도 현지의 불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그 중에서도 ‘법사(Dhammachari)’들의 활약이 돋보이는데, 법사는 효과적인 포교활동과 법우들의 신행생활을 돕기 위해 TBMSG에서 인도의 불자들 중에서 특별히 길러내고 있는 불자들이다.
이는 생계때문에 출가가 어렵고 따라서 승가가 빈약한 인도의 사정을 감안한 제도로,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계율을 철저히 준수하며, 불법에 평생을 헌신할 뜻이 있는 재가 신도를 법사로 선발하여 일반 신도들의 지도자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대부분 2,3년 이상의 시험기간을 거쳐 정식으로 임명되는 법사들은 교리강좌에서부터 결혼식, 개종식 등의 의식 주관, 신행상담과 복지사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을 하며 TBMSG의 기둥이 되고 있다.
인도 내의 대부분의 불교단체가 그렇듯이 TBMSG 역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가장 주된 것은 역시 자금문제. 지금까지는 영국과 대만, 싱가폴에서의 모금과 인도 정부의 사회복지 지원금에 주로 의존해 왔으나, 기존 법당과 복지시설의 유지에만도 많은 자금이 필요해 적극적인 포교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로까미뜨라 법사는 그 외에도, 지나치게 정치적인 인도 불교계의 분위기와 이로 인한 정파간의 분쟁으로 불교 단체 사이에까지도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 힌두교도들의 불교에 대한 편견 등을 당면한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인도 불교의 미래가 반드시 어둡지만은 않다. 이들이 실시하고 있는 교리강좌는 배우고자 해도 배울 기회가 없었던 인도 불자들 사이에서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이는 인도 불자들이 정치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진정한 종교로서 불교를 신앙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또한 ‘인도의 불교가 단순한 사회운동, 정치운동에만 머무른다면 결코 전 인도인의 종교로 성장할 수 없다’는 로까미뜨라 법사의 신념과도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
그래서 TBMSG같은 단체는 정치색을 배제하고 순수한 포교와 사회복지 사업에만 집중하며, 그 수혜자를 불자에 국한시키지 않음으로써 자비의 종교인 불교의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후원문의=91-20-581-8174, 이 메일 : jambudvipa@vsnl.com
인도 델리=이지은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