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불교인구는 전체인구의 1%에 불과하지만, 미국 불교계는 60년대 이후 줄곧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불자 대부분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는 중상층에서 초발심을 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7월말 한 달 남짓한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 화계사와 능인선원에서 참선하며 한국불교의 면면을 살피고 있는 하바드대 불교동아리 회장 데이비드 쥬니가(D.Zuniga, 종교학 석사과정, 31)씨. 그는 우선 미국에서의 불교의 발전 가능성을 일깨우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불자 수는 5~6백만여 명으로 추산되지만, 다종교 사회라는 미국의 상황을 놓고 볼 때, 결코 적을 수가 아니다. 미국 연방정부의 인구통계에서 90% 이상이 ‘사후 세계를 믿고 있다’고 대답할 정도로 미국인의 종교성향은 강하고, 이에 따라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한 종교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그는 “비불자 중에서도 숭산, 달라이 라마, 틱낙한 스님의 저술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며 “이들을 잠재적 불자로 보아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5~6백만여 불자는 이민 온 아시아인과 백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재 백인 불자들의 활동 영역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미국불교가 아시아 종교의 틀에서 벗어나 미국적인 불교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지적한 미국적 불교의 특징은 환경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두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르침이나 위빠사나와 같이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에 크게 호응하고 있는 것. 아시아 불교의 영향 하에 있을 때, 화려한 불단과 의식을 중시했던 예전의 미국불교가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99년 창립된 불교동아리가 하바드대 전체 동아리중 4~5위 안에 들 정도로 인기가 높은 것도 이러한 배경 탓으로 그는 풀이했다. 신학대생을 주축으로 3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불교동아리는 해외고승 초청법회 외에도 일일명상, 파티장에서의 법회, 불교영화보기 등과 같이 일상에서의 신행 활동에 비중을 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숭산 스님을 통해 한국불교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그 실체를 보지 못해 아쉬웠다”는 D. 주니가 회장은 “참선을 통해 자성을 찾는 한국불교의 수행이 인상 깊다”며 “한국에서 보고 들은 모든 것을 회원들과 공유하고, 동아리 내 한국불교의 관심을 촉발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D. 주니가 회장은 경주 남산과 설악산 봉정암 등 적멸보궁 등을 순례하고 8월 30일 출국한다.
오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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