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소록 찾아오는 봄을 따라 절집 나들이를 해보자는 유혹(광고)이 부쩍 눈에 띄는 때다. '동백꽃 여행' '일출여행' '산사체험' 등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들이면 누구라도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특히 꽃피는 춘삼월을 맞아 가족 나들이를 겸해 찾는 산사 체험은 사색과 자기 성찰의 기회도 되므로 종교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10년째 사찰을 비롯한 문화유적을 테마로 한 답사회를 운영하고 있는 '터사랑'은 봄기운이 퍼지면서 지난해에 비해 신청자들이 늘고 있다며 즐거워한다.
이렇게 많은 답사회와 여행사들이 사찰 순례를 테마로 잡고 여행 상품을 속속히 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씨투어의 국내담당 김성인씨는 이런 현상에 대해 "우리 전통 문화의 대부분은 불교적 바탕 위에 형성된 것들이고, 전국의 유명한 산사는 경치가 수려한 곳에 위치해 여행 상품 계획을 짤 때 사찰 한 곳쯤은 반드시 넣게 된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다른 종교 신자나 일반인들도 깊은 산 속에 위치한 사찰을 찾으면 도심에서 느끼지 못한 맑은 공기를 들이키며 사색의 시간과 여유를 누릴 수 있어 관광객들도 사찰을 선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찰 답사 프로그램을 떠났다가 돌아온 관광객들의 불만도 적지는 않다. 교계의 전문 답사회를 따라 사찰을 답사했는데도 사찰의 문화재와 불교 유적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겉모습만 보고 오는 경우가 많다고 볼멘 소리를 낸다.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될까 해서 4차례 정도 사찰 순례 프로그램에 참가해 봤다는 김미선(진선여고 2년)양은 "아는 만큼 느낀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배우기 위해 수첩까지 준비해 갔는데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는 바로 수첩을 덮어 버렸다"며 "전문 지식을 갖추고 강의 능력이 있는 전문 안내자를 섭외해 여행 프로그램의 질을 높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교계 일각에서는 장소 선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스님들의 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 사찰 선정에 있어서도 각 답사회마다 차별화 된 프로그램을 내놓는 것이 포교와 여행의 질을 높이는 데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현재 교계나 일반 여행사의 사찰 관련 상품을 유심히 살펴보면 교구본사를 중심으로 국보급 문화재를 소장한 대규모 사찰에 편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몇 번 정도 답사 프로그램을 따라가 보면 장소가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금방 식상해 진다고 답사를 다녀온 많은 참가자들이 입을 모은다. 올 하반기부터는 주5일 근무가 실시되면 가족끼리 나들이를 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교계의 답사 단체들이 질 높은 사찰 연계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해 내놓는다면 사찰 여행이라는 수단을 통해 포교에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숙희 터사랑 대표는 "교계의 답사 단체 대부분이 영세한 규모로 소수의 인원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열악한 실정"이라며 "사찰이나 종단에서 포교 차원에서 답사회들과 정보를 교환하는 등 연계의 틀을 짜 나간다면 질 높은 답사 프로그램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