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국토는 그대로 우리의 역사이며, 철학이며, 시이며, 정신입니다.”
육당 최남선은 일찌기 수필 ‘국토예찬’을 통해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깃든 정신을 소중히 보존해야 된다고 피력했다.
목판화가 정비파(47)씨가 6년여에 걸쳐 일관되게 주제로 삼아온 ‘국토기행 목판화전’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구 대백프라자 갤러리에서 30일까지 열리는 정비파씨의 열다섯번째 작품전 역시 주제가 국토기행이다.
그동안 정 작가는 경기도를 출발해 경상도, 전라도, 낙도의 섬까지 우리 국토의 구석구석을 누볐다. 우리의 땅, 절터, 산, 논길은 물론 노동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나무 위에 새겼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뇌리 속에 오랫동안 각인된 것은 불교문화유적이었다.
도처에 부처요 곳곳이 탑인 운주사를 목판에 조각한 뒤 채색을 입힌 ‘운주사 천불천탑전도’, 야외 불교박물관을 그대로 조각한 ‘경주 남산 전도’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작품들이다.
이외에도 이번 전시회에서는 ‘서산마애삼존불’, ‘문경 봉암사’, ‘갓바위’, ‘부안 우동리 당산마무’ 등 50여점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관객들이 제작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판각한 원판도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전시 작품들은 대부분 단색 목판화 위에 후칠로 채색한 ‘채색목판화’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여러 판으로 나누어 제작한 다색 목판화 작품도 4점 전시된다.
정비파씨는 “가장 오래된 목판화로 알려진 고려 목종 10년 보협인 다라니경과 팔만대장경중 대방광불 화엄경의 변상도인 불교관련 목판화들이 우리 문화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며 “이런 소중한 의미를 되살리고자 전국을 돌아다니며 보고 느낀 불교문화유적을 목판 위에 옮기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053)420-8015
김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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