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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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과 위빠사나 함께 갈 수 있다”
최근 초기불교 수행법인 위빠사나가 일반인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간화선이 최상의 수행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는 한국 불교에서 위빠사나 등 다른 수행법이 수용될 수 있는가를 모색해 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보조사상연구원은 10월 26일 ‘불교 수행 전통과 간화선 수행’을 주제로 제14차 정기 학술 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위빠사나와 간화선’을 발표한 인경 스님(보조사상연구원 연구실장)은 “위빠사나가 초기불교의 법(法)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 간화선은 대승불교의 성(性)이란 개념에 철학적 기반을 두고 있다”고 기본적인 차이점을 규정했다.

위빠사나가 대상으로서의 사물이나 현상, 즉 법을 관찰하고 알아챔을 강조한다면 간화선은 ‘견성성불’이라는 말에서 보듯 불성이나 여래장에 기초하여 성립된 사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결정적인 차이점은 “위빠사나가 긍정의 길이라면 간화선은 부정의 길이다”라는 것이다. 위빠사나가 대상과 하나됨을 추구한다면 간화선은 일체의 현상을 배제하는 길을 선택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인경 스님은 이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간화선과 위빠사나는 양립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차이점을 먼저 살핀 것”이라며 “간화선이 위빠사나를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경 스님은 “견성이라는 말에는 대상과 사물을 따라가면서 본다는 의미가 들어있는데, 이런 점에서 위빠사나와 동질성을 가진다”며 “간화선, 위빠사나를 가르는 것보다는 우리 것으로 만들어 우리의 수행 전통을 새롭게 만들어 나갈 때 고통을 끊는 궁극적 목적에 도달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조지눌의 정토관에 대한 일고찰’을 발표한 이덕진(고려대 강사)씨는 “보조지눌이 <염불요문>에서 염불삼매나 염불선을 주장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염불 등 정토사상을 일종의 방편으로 수용했다고 밝혔다. 특히 선법에 접근할 능력이 없는 최하근기나 아직까지 습기가 많이 배어있는 중생들에 한해서 방편으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토론은 위빠사나 등 다른 수행법에 대한 높은 관심과 맞물려 “간화선 수행의 문제는 무엇이냐”는 데까지 이어졌다. 김진무(동국대 강사)씨는 “간화선 수행의 문제점은 눈 밝은 선지식이 없다면 무너지는 데 있다”고 말했다.

‘간화선 참구의 실제’를 발표한 김영옥(가산불교문화원 책임연구원)씨는 “처음과 끝만 있고 중간이 없는 게 간화선이다. 이럴 때 이끌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눈 밝은 종사의 역할”이라며 “태고보우도 화두를 타파했더라도 눈 밝은 종사를 찾아 인정받기 전에는 그것을 드러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간화선의 성립 배경’을 발표한 김호귀(동국대 강사)씨는 “수행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깨달음 자체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라며 “깨달음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보니 깨달음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방룡(전남대 강사)씨는 “결국 수행과 신행의 문제인데, 현재의 수행 방법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으로는 나아가지 못했지만, 학계에서 풀어야 할 고민거리 하나를 던져주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buddhapia.com
200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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