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발견되지나 말지….”
강원도 양양 선림원터에서 출토된 통일신라시대 동종(804년)은 '비운의 종'으로 통한다. 1948년 우연히 발견된 이 종은 상원사종과 성덕대왕신종(이상 8세기)에 이어 우리 나라에서 세 번째로 오래 된 범종. 국보로 지정된 후 오대산 월정사로 옮겨졌지만 한국 전쟁 중 월정사가 불탈 때 녹아 버려 현재 3분의 1만 남아 있다.
선림원터 동종의 파편이 52년만에 일반에 공개됐다. 10월 30일 문을 연 국립춘천박물관(관장 최응천)은 이 종의 파편과 함께 실측도면을 바탕으로 당시 주조 방식인 밀랍주조기법으로 제작한 복제 종을 볼 수 있다.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 애막골 1만400여 평 대지에 자리잡은 춘천박물관은 강원도에 처음 들어선 국립박물관이다. 94년 착공돼 8년만에 개관한 춘천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에 강원도에서 출토된 유물 5천4백여 점을 갖췄다.
661평의 전시실은 ‘선사’‘고대(삼국~통일신라)’ ‘고려’ ‘조선, 근ㆍ현대’등 4개의 상설 전시실과 2개의 기획 전시실로 나눠져 있다.
춘천박물관 소장 유물의 65%가 불교문화재일 정도로 강원도는 불교문화의 숨겨진 메카이다. 우리 나라 선종이 시작된 진전사터를 비롯해 선림원터, 홍천 물걸리 절터, 법천사터, 최근 5백 나한상이 출토된 영월 창령사터 등 고려ㆍ조선시대까지도 곳곳에 대규모 사찰이 융성했다.
선림원터에 출토된 귀면 기와와 홍천 물걸리 절터에서 나온 금동불상 4점(이상 7~8세기) 등에선 수도인 경주 못지 않게 화려한 불교 문화가 꽃폈음을 엿볼 수 있다는 게 박물관 측의 귀뜸이다.
통일신라 유물을 전시한 ‘고대실’뿐만이 아니다. 일본에 유출됐다가 1960년대 반환된 고려초 ‘한송사터 석조보살좌상(국보 124호)’, 금강산 그림 중 가장 오래 된 것으로 고려 태조 왕건이 금강산에서 담무갈 보살에게 경배하는 모습을 검은 칠을 한 나무판에 금가루로 그린 ‘담무갈보살현신도’, 조선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기 직전 금강산 월출봉에서 자신과 가족의 복을 비는 글귀를 적은 ‘이성계 발원 사리구’(이상 고려실), 표면에 범어가 새겨진 유점사 청동 범종, 현존하는 가장 오래 된 상여인 ‘청풍부원군 상여’(강원도 민속자료 120호, 이상 조선-근ㆍ현대실)도 발길을 붙잡는다. 낙산사 담장을 복원해 놓은 야외 전시장도 볼거리다.
전시 기법도 돋보여 선림원터 동종은 사람이 다가가면 종소리가 울리고, 담무갈보살현신도는 회전을 하며 앞면뿐 아니라 뒷면도 보여준다. 터치 스크린을 이용한 문화재 설명이나 영상실, 영상정보검색 시스템도 선보였다.
한편 춘천박물관은 개관을 기념해 조선시대 진경 산수화 대가들의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이는 ‘우리 땅, 우리의 진경’ 특별전을 기획 전시실에서 한 달간 연다. 30일까지 무료입장이다.
권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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