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의 종조를 도의(?∼825) 국사로 하는 것은 과연 학문적으로 타당한 것일까? 대한불교조계종의 종조는 중국 선종의 육조(六祖)인 혜능(638∼713)으로 해야 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이 나왔다.
10월 19일 열린 한국선학회 제21회 학술대회에서 기조 강연을 한 법산 스님(동국대 정각원장·사진)은 대한불교조계종의 종조 문제를 재고해야 한다며 이 같이 제안했다.
법산 스님이 문제 삼은 것은 ‘조계종’이라는 종명과 종조, 종통, 종지 사이의 혼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종조와 종지의 불일치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종단법령집>의 ‘종헌’ 전문과 제1조, 제6조에는 도의 국사를 종조로, 보조지눌(1158∼1210)과 태고보우(1301∼1382) 국사를 중흥조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법산 스님은 “<조계종사> 등을 보면 조계종의 종지는 보조의 종지임을 알 수 있다”며 “종조의 정신이 곧 종지인데, 도의 국사가 종조이면 그에 맞는 종지를 선양해야 하는 게 타당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일관성이 없다는 말이다.
종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선맥은 도의 국사를 비롯해 태고보우 국사에 이르기까지, 육조 혜능의 양대 제자인 청원행사(?∼740)와 남악회양(677∼744) 가운데 남악회양을 계승한 마조도일(707∼786) 계통의 선법을 잇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청원행사 문하에서 나온 조동종이나 법안종 등 선종의 5가가 골고루 전해져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법산 스님은 “역대 고승들의 비문을 봐도 ‘조계’라는 단어는 모두 조계 혜능을 가리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한국에서의 조계는 곧 선을 의미하고 조계종은 곧 선종이라는 대명사다. 그렇다면 종조 역시 혜능이 되어야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산 스님은 “현재의 종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종헌을 바꾸자는 이야기도 아니다”며 “다만, 종명과 종조, 종통, 종지를 고려해 볼 때 종조는 조계대사 혜능이 타당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제기로 봐 달라”고 주문했다.
권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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