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 국립박물관이 처음 들어선다. 오는 30일 오후 3시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 산 27-1번지에서 개관식을 갖는 춘천박물관(관장 최응천)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 대지 1만4000여평 규모이며, 모두 5400여점의 유물을 갖추었다.
전국 9개 도(道) 중 강원도만 국립박물관이 없었는데 춘천박물관이 개관함으로써, 전국 모든 도가 자기 향토적 특성을 살린 국립 국립박물관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강원도는 구석기시대 이후부터 대대로 인류가 거주했을 만큼 역사적 뿌리가 깊은 지역이다. 전기구석기 유적인 강릉 심곡리를 비롯, 홍천 하화계리, 양주 상무룡리, 양양 오산리, 고성 문암리 등 석기시대의 대표적 유적이 즐비하다. 신라 하대(下代·서기 780년~935)의 혼란기에 새 시대를 이끌어갈 구심 역할을 하게 될 선문구산(선불교를 닦던 사찰)이 이른 시기부터 등장하고 꽃 피었던 지역이기도 하다.
전시실은 선사(구석기~청동기)·고대(삼국시대~통일신라시대)· 고려·조선-근현대실 등 4개로 구성됐다.
눈길 끄는 유물로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간직한 강원도 양양 선림원터에서 나온 통일신라종(서기 804년 제작)이 있다. 이 종은 1948년, 선림원터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상원사종과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이상 서기 8세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범종(梵鐘)이었다. 이 종은 국보로 지정된 뒤 오대산 월정사로 옮겨졌지만, 6·25가 나고 전쟁의 와중에 월정사가 불타며 이 종 역시 불에 타 원형을 잃었고, 국보에서 해제됐다.
춘천박물관은 선림원터 통일신라종을 6·25 이후 최초로 공개하는 동시에, 이 종의 실측도면을 바탕으로 당시 제작 방식인 밀랍주조기법(진흙과 밀랍으로 틀을 만든 뒤 쇳물을 부어 종을 만드는 방식)으로 제작한 복제 종도 함께 전시한다.
신석기시대의 대표적 토기인 빗살무늬토기와 청동기시대의 한국식동검부터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 갔다가 1960년대 일본 정부의 우리 문화재반환 때 돌아온 풍만한 얼굴의 고려초 한송사터 석조 보살좌상(국보 124호), 고려 태조 왕건이 금강산에서 담무갈보살에게 경배하는 모습을 검은 칠을 한 나무판에 금가루로 그린 ‘담무갈보살현신도’, 조선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기 직전 금강산 월출봉에 자신과 가족의 복을 빈 글귀를 적은 사리장치도 전시된다.
개관 기념으로 강원도의 모습을 담은 조선시대 그림을 전시하며, 11월 30일까지 무료 입장이다. 033(260)1523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