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로 더 잘 알려진 청허 휴정스님이 쓴 <선가귀감(禪家龜鑑)>은 참선 수행의 중요한 지침을 모아 펴낸 책으로 지금도 우리 나라 강원에서 중요한 교재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선 수행 지침서인 <선가귀감>에서 서산대사는 대표적 타력신앙인 염불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10월 19일 열린 한국선학회 제21회 학술대회에서 ‘<선가귀감>에 나타난 선과 염불의 조화’를 발표한 대원 스님(동국대 인도철학과 강사)은 “서산대사는 <선가귀감>에서 염불이 단순한 신앙 형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수행체계 중의 하나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선과 염불 모두 해탈에 이를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산대사는 <선가귀감>에서 “사람에게는 단밖에 깨치는 이와 오래 닦아야 하는 기질이 있다”며 깨침 이후의 수행 방법에는 염불 등 여러 종류의 방법들이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염불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서산대사는 염불이 비록 타력에 의한 수행 방법이긴 하지만 어설픈 자력보다 우수함을 역설하고 있다.
서산대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선에 의해 깨달음을 얻는 것이나 염불에 의해 윤회를 벗어나는 것은 결국 일맥상통하는 것”이라며 <선가귀감>에서 선과 염불의 회통을 시도한다.
자신의 힘에 의해 깨달음에 이르는 선과 부처님의 위신력에 의존하는 염불이 어떻게 회통할 수 있을까? 대원 스님은 “<선가귀감> 안에서는 선과 염불이 모두 ‘진심(眞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며 “심(心)에 있어서의 진실함, 즉 진심(眞心)의 장에서 선과 염불이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산대사는 선에서 마음을 중요시해 마음에 의해 선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음을 가르치고 있는데, 염불에 있어서도 “진심은 중요하다. 진심에 의하지 않은 염불은 쓸모 없는 것”이라며 마음의 진실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원 스님은 “<선가귀감>은 선과 염불이 동일한 귀결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질적으로 보이는 선과 염불이 어떠한 대립도 없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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