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 불교의 대표적 수행법으로, 2600여 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이 직접 행해 깨달음을 얻은 수행법이라는 위빠사나를 본격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단법인 근본불교 수행도량(이사장 원명 스님)은 10월 19일 오전 대한불교진흥원 3층 법당에서 ‘<대념처경>의 수행이론과 실제’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대념처경>은 위빠사나 수행의 소의경전으로 현재 세계 각국에 퍼져있는 위빠사나 수행 센터에서는 이 <대념처경>에 근거해 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기원전·후 1세기경의 주석가들이 <대념처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실제 수행에 적용했는지를 밝히고, 고엔카와 마하시로 대표되는 현대의 위빠사나 수행지도자들은 어떻게 <대념처경>의 내용을 실제 수행에 적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위빠사나는 일종의 관법(觀法) 수행으로 수행자가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집중적으로 관찰함으로써 번뇌에서 벗어나는 수행방식이다.
<대념처경>은 몸(身), 느낌(受), 마음(心), 법(法)의 사념처(四念處)를 관찰의 기본대상으로 한다.
‘<대념처경>의 주석서에 대한 이해’를 발표한 미산 스님(백양사 참사람수행원장)은 “<대념처경>의 주석서는 사념처 수행을 정해진 순서에 따라 닦아가야 한다고 보지 않았으며, 각 수행자의 근기와 성향에 맞춰 사념처 수행 중의 한 가지를 선택해서 닦아야 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신·수·심·법 중에서 어느 한 가지 염처 수행을 통해서도 수행의 최종 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다”고 말했다.
고엔카와 마하시는 둘 다 “위빠사나 수행이 바로 염처 수행이고 염처 수행이 곧 위빠사나 수행”이라는 점에서 입장을 같이하면서도 강조점은 다르다. 마하시 수행법이 사념처를 골고루 닦아가는 수행법이라고 한다면 고엔카 수행법은 사념처 중에서 두 번째인 수념처를 강조한다.
‘고엔카 수행법과 <대념처경>’을 발표한 일중 스님(인도 델리대 불교대학원)은 “고엔카 수행법은 신념처 중 호흡에 대한 마음챙김(입출식염, 入出息念)을 준비수행으로 닦은 뒤 감각에 대한 관찰을 본 수행으로 삼는다”며 “고엔카가 가르치는 위빠사나 수행의 주 관찰 대상은 몸의 감각(受)이기 때문에 수념처가 바로 고엔카 수행법의 중심이 된다”고 밝혔다.
‘마하시 수행법과 <대념처경>’을 발표한 김재성(고려대장경연구소 선임연구원)씨는 “좌선할 때는 일차적인 관찰의 대상으로 배의 움직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과 행선이나 일상생활에서의 움직임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이 마하시 수행법의 특징이다”며 “사념처 가운데 첫 번째인 신념처를 일차적인 관찰의 대상으로 삼는 수행법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신념처 가운데 첫 번째 단계인 입출식염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주석서와 고엔카, 마하시 사이에 차이가 있다. 이는 실제 수행에서 들숨과 날숨을 관찰할 때 마음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고엔카 수행법에서는 윗입술과 콧구멍 아래, 즉 인중 부위에서 일어나는 감촉이나 감각에 집중한다. 반면 마하시는 수행의 처음에서 마지막까지 계속해서 관찰해야 할 대상이 배의 움직임이라고 강조한다.
미산 스님은 “관찰 대상은 어떤 특정 부위가 아니라 행법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는 것이 주석서들의 일반적인 견해다”고 말했다.
선정의 성취가 목적이라면 코 주위의 느낌을 관찰하겠지만, 마음의 상태나 몸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행법을 닦고 있다면 특정 부위에 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학술대회 운영위원이기도 한 미산 스님은 “부처님이 직접 행한 당시의 수행법과 기원전·후 1세기, 현재 행해지고 있는 위빠사나 수행법이 얼마나 닮고, 차이가 나는지를 역사적 순서에 따라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는 1988년 국내에 위빠사나를 처음 알린 미얀마의 우 빤디따 스님이 참석, ‘<대념처경>과 위빠사나 수행’을 주제로 기조 법문을 했다.
권형진 기자
jinny@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