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논강’이 9년만에 다시 열린다.
1992년, 비구·비구니의 구분 없이 출가 스님들이 모여 승가 내부의 문제를 토론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공부모임으로 출발한 선우논강. 93년까지 5차례 토론마당을 가졌으나 94년 조계종단 사태 등의 내우외한이 겹쳐 중단됐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승랍 15∼20년 전후의 젊은 스님들을 중심으로 수행과 토론을 겸한 공부모임을 재개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40여 명의 비구ㆍ비구니 스님들이 뜻을 모았다.
11월 1일 지리산 실상사에서 열리는 6회 논강의 주제는 ‘초기불교 승가의 수행과 수행환경’이다. 출가자에게 있어 수행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부처님의 출가 정신에 입각해 점검해 보고, 북한산 관통도로 문제 등 사회적 의제에 대해 승가가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지를 토론한다.
논강의 형식도 철저하게 ‘차별 없음’을 지향한다. 대표 발제자와 토론자가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자유로운 토론 형식이다.
수행과 교학, 포교 등 교단 발전에 장애가 되는 문제들을, 개인적 쑥덕거림 수준에서 머물 게 아니라 드러내놓고 고민하고 토론함으로써 승가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아가자는 취지인 만큼 치열한 자기 반성의 표출장이기도 하다.
부처님께서도 “자주 모여서 법에 대해 토론하라. 그러면 정법이 영원히 쇠퇴하지 않을 것이다”고 당부하셨다. 대화와 토론을 통한 자기 점검과 탁마야말로 불교의 자랑스런 전통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전통이 살아있는 한, 최근의 한 설문조사에서 보듯 대학생 불자의 70%가 한국 불교의 앞날을 어둡게 보는 것과 같은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선우논강에 기대를 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권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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