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최고의 선방 덕숭산 정혜사 관음전에 모셔진 ‘석고관세음보살 좌상(1939년작)’의 작가가 한국 근대 최초의 조소예술가 정관 김복진(1901~1940)씨의 작품으로 확인돼 학계에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최근 결성된 사단법인 불교문화산업기획단(이사장 도후 스님/불교방송 이사장, 심원사 주지)이 불교미전 준비를 위한 근현대 미술품 자료조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근현대 미술품발굴팀장 윤범모 교수(경원대)는 “만공 스님의 지시로 김복진 선생이 불상을 직접 조성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수덕사 덕숭총림 방장인 원담 스님의 증언을 통해 사실을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드러난 정혜사 관음보살좌상(전체높이 105㎝)은 당시 신재료였던 하얀색 석고로 조성된 작품으로 유려한 몸매와 원만한 상호(相好)로 앞으로 내민 왼손에 정병(淨甁)이 부착된 연꽃줄기를 잡고 있는 이색적인 연출이 특징이다.
특히 결가부좌 양쪽 무릎으로 흐르는 곡선미가 눈길을 끌며, 넉넉한 이웃집 아줌마 같은 친근미가 풍겨나는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현존하는 김복진씨의 작품은 1994년 윤범모 교수가 발굴한 충남 계룡산 소림원 미륵불상(1935년작)이 있지만, 이것은 김제 금산사 미륵전 본존상을 스케치 한 모형작품에 불과해 50여점 되는 그의 작품중 유일한 완성품은 이번에 확인된 ‘정혜사 석고관음보살 좌상’ 뿐이다.
생전에 호신불로 관음상을 몸에 지니고 다닐 정도로 독실한 불자였던 김복진씨는 1925년 동경미술학교 조각과를 졸업하고 귀국한 우리나라 근대 최초의 조각가였다. 또 일제치하에서 미술평론가, 문예운동가, 언론인으로 활동했으며, 특히 20세기 전반부 한국 미술인 가운데 유일하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기도 했다.
한편 현대불교신문사 김광삼 사장을 비롯해 안장헌(사진작가), 이준교(출판인), 윤범모(경원대 교수), 성태용(건국대 교수), 김형균(불지사 대표), 이기선(동국대 강사), 황남채(판화가) 등 불교계의 문화, 언론, 출판, 예술 등 관련 전문인들이 모여 불교문화산업기획단을 결성, 7월 31일 사단법인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김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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