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부터 내려오는 유약인 ‘진사(辰砂)’는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지만 발색(發色)이 어려워 도예가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 그래서 진사유약의 배합이론은 도공들 사이에서 가장 난이도 높은 유약으로 손꼽힌다.
이런 점에서 10월 12일까지 서울 사간동 불일미술관에서 열리는 ‘홍재표 고희기념 도예전’은 ‘진사’의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는 흔치않는 기회다. 하얀 백자위에 입혀져 있는 자줏빛 색깔의 진사를 보고 있노라면 부드럽고 자연스런 선에 취해 마치 요변이 뛰어난 그림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이 미색이야말로 돌가루와 나무재, 산화동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진사’가 오직 나무가마에서만 발색하는 까다로움의 댓가가 아닐까. 이번 전시회에는 진사 50여점을 비롯해 백자, 분청 등 총 70여점이 선보인다.(02)733-5322
이은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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