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정보사회는 가족 관계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남편에게 있던 가사결정권은 부인에게로 혹은 공동 결정권으로 바뀌고 있고, 부모-자녀 관계는 자녀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사회에 필요한 가족 가치관은 무엇이며, 불교는 거기에 얼마만큼 유효한 답을 줄 수 있을까?
현대불교사회문화원은 9월 26일 ‘정보화 사회에 대한 불교의 대응’을 주제로 5차 포럼을 연다. 이날 ‘정보사회에서의 가족관계 변화와 불교적 가족가치관’을 발표할 박수호(중앙승가대 불교사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씨는 미리 제출한 발표문에서 “집착하지 않고 끊임없는 개방과 창조를 향해 열려진 불교적 가치관은 분권화되고 수평적이며, 탈중심화한 정보사회를 설명하는데 있어 높은 적합성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부모에 대해 자녀가 지켜야 할 덕목과 자녀들의 교육과 지도에 대한 부모의 의무를 규정한 ‘싱갈라에 대한 교훈’이나 <선생자경>, <잡아함경> <육방예경>의 구절을 예로 들며 “부모-자녀 관계에 대한 불교의 윤리는 가장인 아버지에 대한 의무나 복종을 강조하는 유교와 달리 보은의 정신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유교에서는 효를 ‘백행의 근본’으로 보아 부모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불교에서는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상호 호혜적 관계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박 씨는 “불교적 가족 가치관은 ‘효’로 대표되는 위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전통적 가족 가치관을 대체하여 ‘보은’을 축으로 하는 정보사회의 수평적이고 민주적이며 개방적인 가족가치관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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