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윌슨 LA카운티 박물관 큐레이터
“중국이나 일본의 그림과는 다른 한국 전통회화의 참 맛을 제대로 알리고 잘 보존하려면 하루빨리 한국의 전통 표구 기법을 복원해 보급해야 합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마련한 해외 박물관 큐레이터 워크숍에 참가한 미국LA카운티박물관 동아시아 담당 수석 큐레이터 키스 윌슨(46)씨.
그는 워크숍 마지막 일정으로 9월 12일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불교미술 비교 및 한국 유물 보존방안’ 세미나에서 “미국 등 해외 박물관이 소장한 한국 전통회화의 상당수가 일본식 표구를 한 채 전시되거나적절한 보존처리 방안을 찾지 못해 수장고에서 잠을 자고 있다”면서 이렇게 주문했다.
LA카운티박물관은 대부분 도자기 중심으로 한국실을 운영하는 미국의 여느 박물관과 달리 한국 회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1,140여점의 소장 한국유물 중 회화는 300여점에 불과하지만 1562년 문정왕후가 향림사에 봉정한불화 200점 중 유일하게 남은 ‘나한도’, 조선 후기 문인화가 강세황(姜世晃)이 전북 부안을 여행하며 그린 스케치화, 1868년 제작된 궁중연회도등 수준 높은 작품이 많이 들어있다.
미시간대 등에서 중국 미술을 전공한 윌슨씨는 96년부터 이 박물관 한국실을 담당하면서 자연스레 한국 회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 미술의 매력이 푹 빠진 그는 “한국 문화를 보다 가까이서 느끼기 위해” 3년 전 LA 코리아타운으로 집을 옮겨 살고 있다.
윌슨씨가 한국 미술의 특성으로 다양성을 꼽는다. “중국 미술품은 대부분 황실과 귀족층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져 규모가 크고 화려한 반면, 한국은 후원자나 장인, 향유자들이 왕실에서 서민층까지 망라돼 미술품이 매우다양하다.
외국인들이 이를 모른 채 중국과 한국의 동시대 미술품을 단순 비교해 중국 것이 훨씬 낫다는 식으로 잘못 판단할 수 있다.”
그는 이런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박물관 관람객들에게 한국실을 먼저 둘러보고 한국 미술 전반에 대해 이해한 뒤 중국 또는 일본 작품과 비교할것을 권한다고 한다.
윌슨씨는 또 일본식 표구로 제 모습을 잃었거나 심하게 훼손된 한국 회화 작품들을 복원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올초 한국의 전문가를 초빙, 조언을 들었는데 예산상의 문제로 3점만 복원하기로 했다”며 “한국에서 사라져가는 전통 보존처리 기법을 시급히 복원해 해외에서도 필요할때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