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장인 유창종(柳昌宗.57) 법무부 법무실장은 최근 검찰 관련 뉴스를 관심있게 지켜본 이라면 낯설지만은 않은 인물이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재직했던 그는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 수사를 지휘하면서 연일 언론에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89년 대검 마약과장, 93년 서울지검 강력부장, 2000-01년 대검 강력부장 등 검찰 경력 어디에서도 그가 고대 기와(瓦) 수집.애호가이자 이 분야 전공자를 뺨치는 전문가라는 사실을 짐작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는 법조계에서 '기와검사'로 통한다. 그만큼 기와에 대한 애착이 유별나다.
검사 유창종과 기와의 인연에 대해 그는 "1978년 2월 11일 충주지청 검사로 부임한 직후 향토문화사가인 김풍식 박사의 저서 「중원의 향기」에 소개된 수막새 파편 하나"에 매료됐기 때문이라고 회상하고 있다.
이 기와가 주는 묘한 마력에 끌린 그는 그날로 문제의 와당 출토지를 알아냈으며 내친 김에 그 주말을 시작으로 충주지역 문화유적 답사에 나서는 한편 기와에 관한 책과 논문을 닥치는대로 읽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소장품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유물로 충주 탑평리 출토 스페이드형 6엽(葉) 연화문 수막새를 든다.
이렇게 해서 그가 지난 20여년 동안 모은 기와 및 그 남매격인 전돌(벽돌)은 1천800여점을 헤아리게 됐다. 수습품도 있으나 구입품이 대부분이다.
그가 기와에 빠져들 무렵만 해도 기와는 '덤'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다른 유물을 구입하면 덤으로 끼워주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호시절'은 이제 다 지나갔다. 좋은 기와와 전돌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그 가치가 폭등했다.
여하튼 전국 각지를 다니면서 수집하고 월급을 털어 사모은 기와와 전돌 모두를 유 검사장은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기증은 이미 지난 97년 「신동아」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습니다. 그 약속을 이번에 실천에 옮겼을 뿐입니다. 이것으로 조그마한 애국심을 발휘했다면 그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낍니다"
마약이나 강력사건 수사 계통에서 주로 활약한 그는 사실 문화재와는 꽤 인연이 깊다. 한국고대사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1978년 중원 고구려비 발견은 그와 충주지역 문화재 연구가들이 참여한 동호인 모임인 예성동호회의 작품이었다.
또 1994년 순천지청장 근무 때는 '충무공 가짜 총통 사건'을 밝혀내기도 했다.
한국의 기존 문헌사학은 한계에 왔다고 서슴없이 진단하는 그는 이제 우리 학계는 기와를 주목해야 한다고 당돌한(?) 주문을 하기도 한다.
기와를 보면 신라.고구려.백제가 보이고 나아가 중국과 일본까지 볼 수 있다고 확신하는 그는 예컨대 한반도 고대 기와를 통해 본다면 일본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앞으로도 기와를 계속 수집해 국가에 기증하겠다는 그는 이제 '기증운동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확대하는 운동'도 추진하겠다고 말한다. 부인 금귀숙씨는 홍익대 섬유아트부 교수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