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를 붙잡고 수행하는 간화선과 달리 현재 의식을 좇아 궁극적 실제를 통찰하는 위빠사나 수행법. 바로 이러한 접근의 쉬움 때문에 일반인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위파사나(Vipasana)를 본격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사)근본불교 수행도량(이사장 원명·홍원사 주지)이 10월 19일 오전 10시 대한불교진흥원 법당에서 마련하는 ‘<대념처경>의 수행 이론과 실제’ 학술대회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수행법으로 알려진 위빠사나는 미얀마, 태국 등 동남아시아 불교 국가들을 중심으로 전승되어오다 1988년 거해 스님이 미얀마의 최고 위빠사나 수행자 마하시 스님의 제자인 우 빤디따 스님을 초청해 법회를 열면서 우리 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위빠사나를 처음 접한 불교 수행자들이 동남아로 떠났고, 90년 중반 이들이 귀국하기 시작하면서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지금은 위빠사나를 교육하고 수행하는 장소만 10여 군데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대중적 인기에 비해 학술적 접근은 이에 못 미쳐 불교학 관련 학회에서 단편적으로 소개되거나 간화선에 비해 낮은 차원의 수행법으로 다뤄져 온 게 사실이다. 위빠사나만을 주제로 한 이번 학술대회는 위빠사나를 독립된 주제로 다뤄 본격 조명한다는 점 하나로도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학술대회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팔리어 경전 가운데 위빠사나 수행의 가장 중요한 소의경전인 <대념처경>과 그 주석서에 나타난 수행의 이론적 측면을 고찰하는 부분이 앞서고, 실제로 <대념처경>을 소의경전으로 하고 있는 두 가지 수행법 즉 마하시 수행법과 고엔카 수행법을 고찰하는 부분이 뒤따른다.
임승택(동국대 강사, <대념처경>의 이해)씨와 미산 스님(백양사 참사랑 수행원장, <대념처경> 주석서에 대한 이해)씨가 이론적 측면을 고찰하고, 일중 스님(인도 델리대 재학, 고엔카 수행법과 <대념처경>)과 김재성(고려대장경연구소 선임연구원, 마하시 수행법과 <대념처경>)이 실제 수행 부분을 맡았다.
뿐만 아니라 조준호(동국대 강사), 재연 스님(실상사 화엄학림학감), 안승준(동국대 강사) 안양규(동국대 교수) 등 팔리어와 초기불교를 전공했고, 직·간접으로 위빠사나 수행을 접한 국내 연구자들이 토론자로 총출동한다.
이론과 실제로 나눴지만 위빠사나 수행법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방법상의 차이를 보이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즉 경전에 나타난 방법과 기원전·후 1세기 사이에 형성된 주석서에 나타난 방법, 현대에 와서 응용된 마하시 수행법과 고엔카 수행법을 순서대로 고찰하는 자리인 것이다. 예컨대 숨을 관찰할 때 마음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에 대해 주석서에는 ‘코’로 나와 있지만 고엔카 수행법에서는 ‘배’에 집중하라고 가르치는데, 이러한 입장 차이에 대한 논의도 2시간 예정의 종합 토론에서 한 장을 차지할 전망이다.
학술대회 운영위원이기도 한 미산 스님은 “위빠사나를 간화선의 대체로 보자는 취지는 아니다”며 “위빠사나에 대한 이론을 정리하고 실제 수행을 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들에 집중 논의함으로써 종합적인 정리의 자리를 마련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국내에 위빠사나를 처음 알린 미얀마의 우 빤디따 스님이 참석해 ‘<대념처경>과 위빠사나 수행’을 주제로 기조 법문을 할 예정이다.
권형진 기자
jinny@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