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진주동물병원 김연호(金然鎬·51) 원장이 10여년 동안 사재를 털어 모은 문화재 268점을 국립청주박물관에 기증했다.
김씨가 기증한 문화재는 제천지역에서 수집한 것으로,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토기를 비롯, 연적, 벼루, 민속품, 회화류, 서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특히 민화 계통의 그림을 담은 작자 미상의 8폭 병풍, 위사 강필주의 노안도(蘆雁圖), 우암 송시열과 직계 제자 권상하의 서간, 완산 이삼만의 서첩 등은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씨는 이에 앞서 1990년에도 청주박물관에 360점의 문화재를 기증했다. 박물관측은 김씨의 아호를 딴 ‘목청(牧靑) 기념실’을 만들어 기증 유물을 상설 전시하고 있으며, 이번에 기증된 문화재를 모아 내년 상반기중 특별전을 열고 도록을 펴낼 계획이다.
김씨가 문화재 수집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제천에 동물병원을 개업한 1977년. 경남 하동 출신으로 고교시절 집 주변 야산과 논밭에서 흔하게 출토된 가야시대 토기를 공부방에 모아놓던 그는 어느새 골동품 매니아가 됐다. 충북 단양지역에서는 선사시대 토기 조각을 수집하기 위해 4년 동안 오전에만 동물 진료를 하고, 오후에는 강가를 헤매고 다니기도 했다.
“준 것은 영원히 남고 가진 것은 영원히 없어진다고 생각해요. 유물도 원래의 고향을 떠나면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청주박물관에 기증하게 됐습니다.” 김씨는 앞으로 불교관련 문화재를 집중 수집해 박물관측에 다시 기증할 계획이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