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여년간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경기도 광주의 남한산성 동종(銅鍾)이 국보로 지정받아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남한산성을 사랑하는 모임(회장 전보삼.이하 남사모)'은 '남한산성 복원.정비사업의 하나로 종각(鍾閣) 및 종로(鍾路) 복원을 추진하면서 종의 행방을 추적하던 중 남한산성 종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국보 280호 천흥사(天興寺) 종인 것을 문헌을 통해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남사모 이승수(38.한양대 강사) 연구위원은 '남한산성 종은 지금까지 정체가 알려지지 않다가 최근 문헌조사 과정에서 1927년 10월에 간행된 잡지 '별곤곤' 9호의 '조선의 사명종(四命鍾)'이라는 글을 통해 존재가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 글에서는 조선 4대 명종으로 봉덕사(奉德寺), 상원사(上院寺), 천흥사, 연복사(演福寺) 종을 꼽았으며, 천흥사 종에 대해 '천흥사(충남 천안)가 폐(廢)한 후에 남한산성 종각에 있다가 창경원박물관 설치초에 가져온 것이니 고려 현종 원년(1010년)에 주성(鑄成)한 것'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이 연구위원은 '종이 언제 남한산성으로 옮겨왔는지는 기록에 없다'며 '추측컨대 1624년 남한산성 수축과 행궁 및 관아 조성 때 천흥사가 아닌 다른 곳을 거쳐 옮겨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원각사 종이 보신각에, 연복사 종이 개성 남문루에 설치됐듯이 천흥사에서 주조돼 사용되다 행정적인 목적으로 옮겨지면서 쓰임새가 바뀐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그는 또 '당시 종은 행정, 정신적 중심지에 있었다'며 '국보로 지정될 명품이 있었던 것으로 보면 남한산성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고 종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이후 수 백년간 남한산성을 지키던 천흥사 종은 '일본인이 가져갔다'는 현지인의 증언 등으로 미뤄 1924년을 전후해 일제 총독부박물관으로 옮겨간 것으로 추정했다.
공식명칭이 '통화이십팔년명(統和二十八年銘)천흥사동종'인 이 종은 고려시대 가장 아름답고 큰 종으로 꼽혔으나 지금은 실제 종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 연구위원은 '산성에 종소리가 다시 울린다면 적송 숲과 천주봉, 동.서장대를 오가며 웅장한 울림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남한산성 복원정비 추진기획단은 2003년말까지 행궁 상궐 앞에 종각과 종로를 복원하면 2005년까지 천흥사 종을 복제해 축제와 제향, 제야의식 등 각종 행사 때 타종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