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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각 문화의 전통 판화로 꽃피운다
해인사는 우리 판각 문화의 성지다. 해인사 장경각에는 불법의 지혜로 민족의 자주정신을 드높였던 고려 민중들의 의지가 새겨진 고려대장경판이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해인사에서 성보박물관 개관을 기념하는 특별 판화전 ‘지혜와 창조전’을 연다. 지혜와 창조라는 전시 제목이 말해주듯이 선대들이 이룩해 놓은 판각문화의 전통성과 민족문화의 역사성을 통해서 미래를 향한 발전적이고 창조적인 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 이번 전시의 지향점이다.

첫 기획전시를 여는 해인사 성보박물관장 향적스님은 “750여년 만에 고려선인들 앞에 우리 후대 판화가들의 작품을 보이게 된 것이 기쁘다”면서 “앞으로 우리 전통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쉬는 성보박물관이 되도록 다양한 특별전과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인사 성보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판화가 홍선웅씨를 중심으로 정비파, 김영만, 임병중, 남궁산 등 국내 판화작가 24명이 2년 동안 해인사를 답사하고, 사전 작품 품평회를 여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

이렇게 준비된 만큼 전시에서는 다양한 판화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연꽃과 풍경 등 사물(四物)의 이미지를 반복적 도상으로 표현한 것들과, 현대인들의 일상적이며 소박한 삶의 가치를 불교문화와 접목시켜 추상적 이미지로 재구성한 것, 해인사와 주변의 암자, 그리고 가야산의 자연경관을 소재로 한 것, 불교 건축물 및 석탑·불상·선승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 자연·생명 등 상생으로서의 우주적 가치관을 불교적 언어를 통해 재구성한 것 등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판화 작품들이 선보인다.

판화의 종류 또한 목판화, 동판화, 메조틴트, 실크스크린, 컴퓨터 프린트, 엠보싱지 판화, 석판화 등 판화 형식의 전모를 살필 수 있다.

이번 판화전을 기획한 판화가 홍선웅씨는 “조선 영·정조 시대까지 찬란했던 우리의 판각문화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해방 이후 정치 사회적 혼란기를 거치면서 제대로 이어받지 못했다”면서 “이번 해인사 판화전은 우리의 판각문화를 민족사적 관점에서 조명하고, 현대의 작품세계에 밀착시켜나가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8월 24일~9월 24일까지 한 달간 계속된다. (055)934-0988

이은자 기자
ejlee@buddhapia.com
200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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