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불교 용어인 산스크리트(梵語)가 본고장 인도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고 BBC 인터넷판이 최근 보도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언어중의 하나인 산스크리트는 고대 인도의 엘리트 층에서 사용되던 언어이지만 지금은 옛날처럼 고귀한 대접을 받기는커녕,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죽은 언어가 돼가고 있는 것.
수많은 인도의 언어중 대부분은 산스크리트의 기본 문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10억이 넘는 인구중 산스크리트를 자유롭게 읽고 쓰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2천-3천명이 고작이다.
뭄바이에서 가장 오래 된 교육기관인 ‘바라티야 비드야 바반’에서는 학생들이 산스크리트로 된 문장을 낭송한다. 그러나 학생 수는 단 150명 뿐. 이 도시의 각급 학교에 다니는 수십만명의 학생 수에 비하면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산스크리트를 배우려는 학생이 거의 없는 데 대해 이 학교의 나렌드라 쿠마르 싱 교장은 '산스크리트를 배워봐야 써먹을 수 있는 직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졸업한 뒤 산스크리트 학교나 대학의 교사가 되는 것이 고작인데, 이런 직장의 봉급은 쥐꼬리만 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부자들을 위해 종교 의식을 집전하는 사제가 되는 정도이다.
그러나 산스크리트가 이처럼 푸대접을 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원래부터 이 언어가 일반 대중의 언어로 사용된 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왕족간에 오가는 편지나 고전적인 산문, 시 등을 짓는데 사용된 것이 산스크리트의 쓰임새의 전부였다.
요즈음 산스크리트를 배우는 학생중에는 다른 과목에 비해 높은 점수를 얻어 평점을 올리는데 유리하다는 이유로 수강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인도 역사를 배우기 위해 이 과목을 택한다.
일부 학자들은 산스크리트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순전히 시간과 자원의 낭비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특히 대부분의 산스크리트 대학이 공공자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같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산스크리트 학자들은 '좀 더 깊은 교양을 얻고 문화적으로 세련되고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산스크리트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그다지 관심을 얻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산스크리트와 불경>
산스크리트는 BC 5세기∼BC 4세기경의 문법학자 파니니(Pini)가 당시 서북인도 지식계급의 언어를 기초로 한 문법서 <아시타디야이이:Adhyy>를 지어 문법체계를 완성했다.
불교경전은 처음 그 경전이 사용된 각 지방의 속어에 의해 전해졌지만, 부파(部派)불교시대의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에서 경전을 산스크리트로 쓰기 시작했다.
또한, 인도 전역에 산스크리트가 사용되는 경향에 따라 속어로 쓰여졌던 것도 산스크리트화되었다. 한역(漢譯)된 불전의 원본에는 팔리어(pli) 등의 속어로 된 것, 후기의 혼효(混淆)된 산스크리트(Hybrid Sanskrit), 순수한 산스크리트, 서북 인도에서 중앙아시아에 걸쳐 사용된 간다라어가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아비달마(阿毘達磨)로서, 초기대승불교경전은 고전산스크리트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등의 후기대승불교경전은 혼효산스크리트로 기독돼 있다.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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