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의 삶을 사진에 담는 작업은 ‘사진으로 역사쓰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년간 매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의 수요집회와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활공동체인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온 허현주(43, 중부대 사진영상학과)교수가 사진전을 연다.
8월 5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충무로 후지포토살롱에서 ‘빼앗긴 세월-위안부 할머니’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할머니들의 생생한 모습이 담긴 38점의 사진이 선보인다. 수요집회에서 손을 높이 치켜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에서부터 나눔의 집에 모여 앉아 소일하는 일상적인 모습까지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처음 사진을 찍겠다고 했을 때 할머니들이 거리감을 많이 느끼셨죠. 지방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들을 찾아가 설득하고 사진을 찍는 일도 쉽지 않았구요” 하지만 부지런히 수요집회 현장과 나눔의 집을 찾아다니는 허 교수를 할머니들은 이제 ‘왜 늦었냐’ ‘이거 좀 먹어보라’며 살뜰히 챙긴다. 정대협 윤미향 사무처장은 “윤 교수처럼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할머니들을 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위안부라는 사회문제가 사진이란 문화와 결합할 때 더 큰 울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전국에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는 140여 명. 이들 대부분이 하루 한 줌씩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다.
“세월이 가면 언젠가 마감될 그들의 한 맺힌 모습을 끝까지 기록하려고 합니다. 할머니들에 대한 사진 기록이 그들의 넋을 위로하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피해보상을 받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아 사진전을 열 계획이라는 허 교수는 “다음에는 작은 갤러리가 아니라 지하철역이나 공원 같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이 머물 수 있는 곳에서 전시하고 싶다”며 “특히 많은 젊은 세대들이 전시를 보고 할머니들의 아픔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얻는 수익금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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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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