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佛畵) 속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영산회상도나 지옥도(감로탱)의 경우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부처님과 제자들, 그리고 청중과 하늘사람들이 하나의 도판에 각자의 독특한 인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이들 인물의 모양은 경전에 묘사되는 역할 등에 따라 상당히 개성적으로 표현된다. 팔부신장 등 외호의 임무를 맡은 인물의 경우 무서운 얼굴에 무기를 들게 된다.
지옥도에 나타나는 악한 업을 지은 사람의 경우 거기에 맞는 흉한 얼굴로 묘사된다. 벌을 받고 있는 사람의 끔찍한 장면도 사실 그대로 묘사되는 것이 지옥도의 특징이다. 최악의 캐릭터와 지고지선의 캐릭터가 불화에는 함께 묘사되는 것이다.
불화 속의 다양한 인물 모습이 캐릭터 사업에 접목된다. 불화속의 인물들이 종교적 경건함을 살짝 비켜서 사람 사는 세상으로 나온다니 얼마나 기발한 아이디어인가?
이것은 문화콘텐츠진흥원의 제2차 문화콘텐츠 지원 사업으로 선정된 사업 가운데 하나다. 사업 주체인 호남대학교는 불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각기 분석해 2D와 3D 캐릭터 및 플레쉬 에니메이션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선정된 사업 가운데는 만봉 스님의 단청문양 8천여 점을 검토해 문양 위주의 작품을 일러스트 작업 과정을 거쳐 디지털로 통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주)엔알케이)도 포함됐다.
불교를 문화콘텐츠 개발의 보고라고 보는 시각은 이제 낯설지 않다. 장구한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의 문화적 기반이 되어 온 불교는 종교적 범위를 논하기 이전에 전통문화의 중요한 축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보화 사회, 디지털 시대에 누가 어떤 시각으로 그 전통들을 재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느냐 하는 것이다. 창고에 보물이 가득하다는 자부심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없다. 보물을 잘 활용해 사람 사는 세상을 이롭게 해야 진정한 부자가 되는 것이다.
정보화 사회는 자신이 정보의 생산자이면서 소비자라는 논리가 불교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한 생각을 돌리면 지옥과 극락도 종이 한 장 차이임을 잘 알고 있는 불교계에서 보다 획기적인 콘텐츠를 다양하게 개발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종단 등이 이끌어 줄 필요가 있다.
임연태 뉴미디어 부장
ytlim@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