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의 품격과 고졸(古拙)한 맛을 유지하며 심물론(心勿論)적 철학에 입각한 신기운의 필묵운동을 전개해 온 석용진 씨(46)의 11번째 문인화전이 대구 대림당화랑에서 7월 3일 열린다.
얼룩이 배이고 접은 자국이 선명한 삭은 느낌의 종이와 묵은 삼베조각보의 빛깔을 연상케 하는 바탕 위에 수척해 보일 정도의 가는 필선으로 유려하게 쓴 화제(畵題) 글씨는 담백한 맛과 더불어 고전적인 기품마저 들게 한다.
30여점에 이르는 이번 작품들은 제작 방법상 세가지로 구분된다. ‘허선(虛船)’,‘택치(澤雉)’,‘무용(無用)’, ‘애련(愛蓮)’ 등은 종이를 빛바랜 고지(古紙) 맛이 나게 인두로 다림질한 후 그 위에 수묵으로 처리하거나 화제를 썼다. ‘대 숲에서’, ‘숲 속에서 길을 잃다’ 등은 한 액자에 다양한 소재나 배경을 앉혔다. 또 흰 화선지에 현대적인 기법으로 화조를 그린 ‘연(然)’도 눈여겨 볼만하다.
손병철(서예평론가)씨는 “석씨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전통문양이나 도자문양, 새, 꽃 들은 얼핏보면 공간배열이 서로 무관한 듯 해 보이지만 화제의 위치와 함께 치밀한 현대적 감각의 구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석용진씨는 99년 한국문제작가초대전에 이어 2001년에는 한국 서예 정예작가 10인에 선발되기도 했다.
김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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