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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위의 월드컵
축구는 각본없는 드라마다. 이에 반해 영화는 치밀한 각본과 구성을 필요로 하는 감동이 있는 드라마다.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감동과 웃음으로 인생을 얘기하는 축구영화. 월드컵에서 첫 승을 따낸 한국대표팀의 선전으로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다.

하지만 삶은 축제만으로 계속될 수 없다. 월드컵 경기사이, 축구를 소재로 한 영화를 보는 것도 색다른 묘미가 있을 것 같다.

1981년 존 휴스턴 감독이 만들고 축구황제 펠레가 주인공으로 출연해 현란한 개인기를 선보였던 ‘승리의 탈출’은 휴머니즘을 매개로 축구와 영화를 교묘하게 접합한 수작으로 꼽힌다. 2차대전 중 독일 포로수용소에서 축구 경기 도중 탈출을 시도하려는 포로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998년에 제작된 부탄 영화‘더컵’은 히말라야 오지의 한적한 사원에 몰아친 월드컵 열기를 서양 축구 선수들에게 열광한 어린 수도승을 등장시켜 코믹하게 그려냈다.

국내에서도 재소자들이 감형, 형 집행정지 등을 꿈꾸며 축구에 열중한다는 내용의‘교도소 월드컵’역시 축구를 소재로 다뤘다. UN이 인기만회를 위해 각국의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월드컵을 제안한다는 다소 황당한 발상의 영화다.

지난달 17일 개봉된‘소림축구’역시 첨단 특수효과를 동원해 무협과 축구의 재미를 한곳에 모은 홍콩영화다. 한때 최고의 스트라이커였으나 음모에 의해 다리 불구가 된 명봉(오맹달)은 우연히 소림무공을 익히고 하산한 씽씽(주성치)의‘무쇠다리’를 목격하곤, 축구팀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씽씽도 쿵푸를 함께 배웠던 동료들을 찾아내 실업자·식당 청소원·수퍼마켓 점원 등으로 연명하고 있던 이들은 축구 시합을 거듭하며 이전의 내공을 회복한다는 내용.

선수들이 공중을 휘저으며 날아다니고, 축구공은 불꽃을 달고 로켓처럼 공중을 누비며, 공의 위력에 경기장 전체가 흔들리는 등 만화적 장면들이지만 유쾌하게 다가온다.

김주일 기자
jikim@buddhapia.com
200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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