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경전의 한글 번역이 처음 시작된 조선초기부터 동국역경원의 한글대장경 완간까지, 한국 불교 역경의 역사를 시대적 흐름에 따라 조명해 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각사상연구원(원장 보광 스님)은 5월 2일 ‘백용성 스님과 한국 불교 역경의 역사적 조명’을 주제로 정기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일제 침략기인 1920년대에 삼장역회(三藏譯會)를 설립, 한글 역경에 헌신한 백용성 스님의 활동을 재조명함으로써 역경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다.
대각사상연구원 김광식 연구부장은 “용성 스님은 3·1 운동의 영향, 수감생활에서 타 종교의 서적이 모두 한글로 번역된 것에 대한 충격, 민중 불교에 대한 관심 등으로 경전을 한글로 번역해야겠다는 원력을 세우게 되었다”고 말했다.
‘백용성 스님의 역경 활동과 그 의의’를 주제 발표한 보광 스님(동국대 불교대학장)은 용성 스님이 삼장역회를 설립해 경전을 번역한 것은 조선 세조 때 간경도감에서 경전을 한글로 번역한 이후 처음으로 체계적인 한글 번역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또한 무주상 보시를 당연시하던 당시 풍토에서 판매용으로 유포한 것 역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 수익금이 재투자됨으로써 지속적인 역경 사업이 유지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광 스님은 “용성 스님은 과감한 번역으로 문어체 경전을 대화체로 번역해 마치 부처님과 직접 대화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도록 했다”며 “특히 조선시대 배불 정책으로 인해 부정적으로 인식되던 용어를 새롭게 정리함으로써 새로운 이미지로 부각시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윤창화 도서출판 민족사 대표는 “불교 경전은 문장체보다는 구어체가 더 자상하고 의미전달도 유리하다”며 역경의 방향을 제시했다. 윤 씨는 “문장체가 구어체에 비해 격조는 있는 편이지만 뜻이 추상적으로 굴절되어 애매 모호할 뿐만 아니라 경전 특유의 구구 절절하고 자상한 모습도 살릴 수 없게 된다”며 “이는 결국 불교는 어렵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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