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규모 불교 학술대회로는 처음인 한국불교학결집대회가 5월 4∼5일 동국대에서 열린다.
한국불교학결집대회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불교학 전공자와 불교학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논문 발표와 토론을 벌이는 자리다. 석사학위를 가진, 대학 강사 이상의 불교학자 200명이 신라불교, 고려불교, 조선불교 등 11개 분과로 나눠 발표한다. 5개 종립 학교와 14개 학회, 10개의 연구소 등 29개 단체가 참여한다.
공동 주제 발표는 ‘한국 불교학의 현황과 전망’으로 정했다. 권기종 교수(동국대, 한국불교학회장)가 ‘한국 불교학 연구의 어제와 오늘’을, 종범 스님(중앙승가대 총장)이 ‘한국 불교의 주요 불전과 교단 형성’을, 양은용 교수(원광대)가 ‘한국 불교 문화의 전통과 그 상징성’을, 혜정 정사(회당학회장, 진각대 학장)가 ‘현대사회에서 한국 불교의 역할’을 발표한다.
대회장 목정배 교수(동국대)는 “불교학을 전공하는 학자들과 학회, 연구원들이 급격히 늘고 있지만 이들이 함께 모여 학문적 성과를 공유하고 점검하는 자리는 없었다”며 “1600여 년 한국 불교의 학문적 잠재력을 저울질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5월은 불교학 관련 학술 단체들에게도 축제의 달이다. 불교학자들이 그 동안 연구해 온 주제에 대한 고민이 어느 정도 숙성되는 계절에 맞춰 불교 학술 세미나가 한꺼번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200여 불교학자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학술대회인 불교학결집대회를 정점으로 새로 문을 여는 학술 대회가 잇달아 열린다. 주제의 새로움과 함께 신진 학자들의 발표 공간이 넓어진다는 데 대한 기대감도 크다. 5월 21∼25일에는 전 세계 20여 나라 학자들도 서울을 찾는다. 정기 학술 대회와 월례 발표회도 불교학 발전의 밑거름이다.
요즘 불교학계의 관심은 온통 4∼5일 동국대 중강당과 명진관에서 열리는 한국불교학결집대회에 모아지고 있다. 한때 발표 신청자가 221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에서 한국 불교학계 최대의 행사다. 최종적으로 공동 주제 발표자 4명을 포함해 11개 분과에 200명이 발표한다. 4월 25일 현재 150여 명이 논문을 제출했다.
‘결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국 불교학계의 깊이와 폭 등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얼마나 새롭고 독창적인 논문이 발표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6월 창립하는 한국불교문화학회는 창립 총회에서 앞서 25일 학술 대회를 먼저 연다. 주제는 ‘한국 불교 문화학의 방향과 방법론’이다. 대표 발기인 사재동 교수(충남대)는 “그 동안 불교문화는 불교문학이나 미술 등 각 분야에서 상당한 연구 성과를 거뒀다. 이제는 학자들 간에 유기적인 체계를 갖추고 일반에 알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총론격인 ‘불교문화학의 위상과 전망’ ‘방향과 방법론’ 발표에 이어 불교와 문학, 미술, 서지, 음악, 민속 등 각 분야별 발표가 뒤따른다.
내일의 불교학을 이끌어갈 신진학자들의 연구를 지원하고 발표 마당을 주기 위한 학술 대회도 열린다. 천태불교문화연구원은 가을에 개최하는 국제 학술 대회와는 별도로 제1회 춘계 천태학술대회를 31일 연다. 박경준(동국대) 김일권(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익(위덕대) 교수를 제외한 15명 대부분이 강사급 학자들이다. ‘천태 염불 수행’과 자유 주제가 반반씩이다.
정기 학술 대회와 월례 발표회는 크게 주목받지는 않아도 불교학 발전의 밑거름이다. 학자들이 상시적으로 연구성과를 내놓을 수 있는 ‘멍석’이자 학계의 ‘상수원’이기 때문이다. 대각사상연구원은 2일 ‘백용성 스님과 한국 불교 역경의 역사적 조명’을 주제로 정기 학술 세미나를 연다. 김영배 교수(동국대), 김광식 대각사상연구원 연구부장, 보광 스님(동국대 불교대학장), 윤창화 민족사 대표, 최철환 동국역경원 부장이 발표한다. 중앙승가대학교은 31일 ‘근대 이후 인문학에 나타난 불교관’을 주제로 제2회 학술 세미나를 개최한다. 종범 스님(중앙승가대 총장)의 ‘인문학과 승가학’ 기조 강연에 이어 역사학, 어문학, 종교학, 철학, 미술사학의 불교관에 대한 발표가 이어진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은 간화선, 묵조선, 위파사나 등의 수행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선,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30일 봉축 세미나를 연다. 보조사상연구원은 ‘불교와 심리학의 만남’을 주제로 25일 월례 발표회를 개최하고, 현대불교사회문화원은 16일 ‘사이버 정체성과 불교적 인성론’을 주제로 3차 포럼을 연다.
5월 21∼25일에는 미국, 영국, 호주 등 20여 개 나라의 학자 40여 명이 서울을 찾는다.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주최, 고려대장경연구소 협찬으로 열리는 세계전자문화지도협의회(ECAI) 서울 대회의 주제는 ‘세계문화유산 디지털 네트워크의 과제와 전망’이다. 개별적으로 구축한 문화유산 관련 DB를 어떻게 표준화해 공통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느냐가 주요 논의 사항이다. 한국에서는 고려대장경연구소 등 10여 개 팀이 참가해 ‘고려대장경 2002’ 등을 발표한다.
권형진 기자
jinny@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