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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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도량 '22인의 증언을 통해 본…' 발간
<신문으로 본 한국불교 근·현대사> 등 한국불교 근·현대사 자료집을 발간해 온 선우도량 한국불교근현대사연구회(회장 혜담 스님)가 네번째 자료집 <22인의 증언을 통해 본 근·현대 불교사>를 최근 출간했다.

이 책은 일제시대 때부터 해방공간, 정화 운동 당시 불교계에서 활동하였던 생존 인물들의 생생한 육성을 채록해 놓은 구술 자료집이다. 하지만 애초 목적은 지난 54년부터 70년까지 비구승과 대처승의 분규로 이어진 정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목격한 인물들의 증언을 채록하는 것이었다. 일제시대에 대한 증언을 기록한 1부나 해방공간의 불교계를 다룬 2부에 비해 3부 ‘내가 겪은 정화운동’에 자연히 눈길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화운동이 교단풍토나 사찰경제, 불교문화 전반에 미친 영향력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데도 이에 대한 제대로 된 규명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활동했던 생존인물들의 생생한 육성 채록은 향후 정화사 연구의 기초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근·현대 불교사의 산증인으로 알려진 석주, 용명, 설산 스님을 비롯해 정화의 실무를 맡았던 정영, 숭산, 월주 스님, 비구니로서 정화운동에 참여한 덕수, 보인, 정화 스님, 송광사 문중으로 정화에 참여한 보성 스님과 박완일 거사, 전라북도 정화에서 대처측에서 활동한 춘명 스님 등 16 스님과 6명의 재가자가 인터뷰 대상이다.

한 개인의 삶을 역사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이 새롭게 들춰지기도 했다.
일제시대인 1910년 원종의 대종정을 지낸 회광 스님의 1920년대 중반 이후 말년 행적을 조카인 이종관, 이종연 씨를 통해 밝혀낸 것이 대표적이다. 또 전 조계종 총무원장 월주 스님은 자신이 직접 경찰 병력을 동원해 화엄사, 금산사를 접수한 상황을 회상했다. 당시 전라북도에서 대처승 쪽에서 활동했던 태고종 대승정 춘명 스님이 경찰 때문에 금산사를 그냥 내 줄 수밖에 없었던 증언과 비교해서 듣는 것도 흥미롭다.

덕수, 보인, 정화 등 비구니 스님들이 정화 당시 17∼18세 나이 어린 비구니 스님들이 정화의 숨은 공로자였음을 밝힌 구절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덕수 스님은 박정희 대통령의 장모인 대각화 보살과 인연이 깊어 당시 비구승측에서 대통령에게 보내는 탄원서를 직접 전달한 일 등 당시 비화를 여럿 털어놓았다.

증언의 사료로서의 객관성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정화 운동에 대해서는 주류측의 긍정적 평가와는 엇갈린 시각도 존재하는데 인터뷰 대상자가 조계종 소속 스님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칫 객관성 확보에 실패하기 쉬운 구술사에서 다양한 입장에 있는 인물들의 증언을 싣지 못한 것은 한쪽 입장의 일방적 전달에 빠질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작업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정화에 관여한 인물들의 생생한 육성 자체가 현재의 불교계에 대한 성찰과 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단초이기 때문이다.
한편 출판기념회는 23일 오후 2시 조계사 문화교육관에서 열린다.

권형진 기자
jinny@buddhapia.com
200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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