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추진하는 토함산 내 석굴암 유물전시관 건립을 반대해 지난 3월 결성된 석굴암·토함산 훼손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위원장 이상해 성균관대 교수)는 4월 9일 오전 10시 서울 덕수궁 옆 세실 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토함산에 석굴암 역사유물관을 조성하는 것을 절대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책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문화유산은 원형 보존이 최대 목표”라고 전제한 뒤 “석굴암은 본래 토함산과 동해를 포함해서 하나의 통일된 유기체로 조영된 것이기 때문에 석굴암 원형 보존은 주변환경과 토함산, 동해를 향한 조망권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며 “석굴암 주변에서 일어나는, 석굴암 건립 당시의 원형에서 벗어나 어떠한 건축 행위도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석굴암 바로 턱밑에 300여 평 규모의 모형유물관을 짓게 된다면 석굴암 주변환경의 훼손은 물론 석굴암 자체의 대지기반과 건축구조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예기치 않은 재난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원장 이상해 교수는 이날 “석굴암 유물전시관 건립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위치에 건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문화재청이 계속 현 위치에 유물전시관 건립을 추진한다면 전국민 반대 서명운동과 인터넷 매체를 통한 반대 운동, 대통령 탄원서 등을 통해 반대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노태돈 서울대 교수, 김홍남 이화여대 교수, 강우방 이화여대 교수(전 경주국립박물관장), 이상해 성균관대 교수, 최열 환경연합 사무국장, 권영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전 한국미술사학회장), 이주형 서울대 교수, 김동욱 경기대 교수, 오성규 환경정의시민연대 정책실장이 참석했다. 3월 결성된 대책위원회에는 9일 현재 한국건축역사학회, 한국미술사학회, 한국미술사교육연구회, 한국근대미술사학회, 한국고고학회, 한국사연구회, 고대사학회, 대구사학회 등 학술단체와 시민단체인 경불련, 내셔널트러스트운동 문화유산특별위원회, 녹색미래, 녹색연합, 두레생태기행, 맑고향기롭게,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반구대 사랑 시민모임, 불교환경연대, 사찰생태연구소, 우이령보존회, 인드라망공동체, 참여연대, 한국불교환경교육원, 환경연합, 환경정의시민연대 등 24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한편 문화재청은 토함산 일대에 추진중인 석굴암 역사유물관 건립 공수가 환경과 문화재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12일 오후 2시 석굴암 유물전시관 건립 예정 부지에서 사업 타당성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한다. 문화재청은 9일 보도 자료를 통해 “76년부터 유리 벽면을 설치하여 내부 출입을 제한하고 있어 1일 평균 3000여 명의 관람객들이 그 내부를 자세하게 관람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 그 대체기능으로 전시관을 건립하여 모형을 설치하고 설명자료를 전시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며 “‘전시관 건립은 석굴암 본존불 시야를 가리지 않고 주위 경관과 조화되게 자연 친화적으로 추진한다’라는 문화재위원회 의견에 따라 사업시행자인 불구사 측에서 보완 설계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 “문화재위원회 제1분과 위원회(건조물)에서 총 4차례에 걸친 현지 조사와 심의를 통해 건립 위치와 내역 등을 심의했다”며 “모형 재질도 FRP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현재 재질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으며 재질을 포함한 전시 세부사항은 향후 관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사업착수 시기 역시 관계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에 정해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권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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