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재 보존과 관리를 위해 문화재청 지원으로 94년부터 건립되기 시작한 사찰 성보박물관 30곳의 상당수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3월 26일 조계종 주최로 열릴 ‘사찰박물관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발제자인 흥선 스님(직지사 성보박물관장)은 “상당수 사찰박물관이 유물의 성격이나 수량, 해당 사찰의 운영 능력 등에 대한 전문적 검토 없이 지어지다 보니 당연히 갖춰야 할 전문인력과 항온 항습 시설, 충분한 전시공간과 수장공간 등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흥선스님이 제시한 사찰박물관 현황에 따르면 현재 운영중인 17곳 가운데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있는 곳은 8곳, 16명에 불과해 안정적 유물 관리와 효율적 전시를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유물 보존에 필수적인 항온 항습 시설조차 갖추지 않은 곳도 7곳에 달한다.
이러한 문제는 “일단 정부 예산으로 지어놓고 본다는 식으로 사찰측에서 일을 밀어붙이는 경향이 짙은 것도 사실이지만, 개관한 뒤 드는 막대한 운영 예산을 사찰 능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항온 항습 시설의 경우 설치비도 고가지만 운영비가 만만찮아 설치 후에도 가동을 하지 않거나 간헐적으로 가동하는 경우도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흥선 스님은 “박물관 운영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을 능동적으로 적용해 필요한 경비를 보조함으로써 운영에 숨통을 틔워줄 관계 당국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사찰박물관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할 최성은(덕성여대) 교수는 “문화재청과 문화관광부로 이원화되어 있는 사찰박물관 관리 체계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사찰박물관의 경우 문화재청이 건립을 지원하고 있지만 건립 후 박물관으로 등록할 경우 소관 부처가 문화관광부로 바뀐다”며 “사립박물관에 대한 지원이 거의 전무한 것이 우리 나라 현실이고 보면 사찰박물관이 문화재 보존과 관리의 사각지대가 되는 셈”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종합 토론에 나설 정재훈 한국전통문화학교 석좌 교수는 “종단이 먼저 해야할 일을 선행해야 한다”며 “재정적 문제 해결을 위해 사찰이 일정한 후원금을 모금해 기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범하 스님(통도사 성보박물관장)은 “사찰박물관은 일반 사립박물관과는 구별되어야 하며 마땅히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보호, 관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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