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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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가야 마하보디 사원을 둘러싼 분쟁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루신 성지 부다가야의 마하보디 사원을 둘러싼 불교도와 힌두교도 간의 해묵은 분쟁이 다시 한 번 격화되고 있다. 이번에 새로이 불거진 문제는 마하보디 사원에서 성직(聖職)을 수행하던 4명의 스님들이 영문도 모르는 채 사원에서 밀려나게 된 것. 이들 스님들은 ‘죽음에 이르는 단식’을 선언하고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비하르 주정부는 단식중인 스님들의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의료진의 보고에 따라 입원명령을 내리고 경찰을 투입했으나, 스님들은 입원을 거부했다.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스님들은 자신들의 직위해제와 강제퇴거 조치 이외에도 마하보디 사원 운영 위원회(이하 운영 위원회)의 사무국장 깔리짜란 야다브(Kalicharan Yadav)씨의 전횡과 성지 내에서의 음주행위 등에 저항한다고 말했다. 사무국장은 언론의 시선을 의식한 듯 스님들이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동안 마하보디 사원 경내의 요사채에 기자들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했다.

사무국장 야다브 씨는 이들 승려들의 해직과 퇴거는 이미 지난 11월에 운영 위원회에서 결정되었으며 정당하고 합법적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해직시킨데 대한 합당한 사유는 제시하지 않았으며, 11월에 결정되었다는 사항을 2개월 이상이 지난 올해 1월 중순에야 집행하려고 했던 점 등에 있어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더구나 이들을 퇴거시키는데 있어서도 공고를 한지 불과 몇 시간 내로 방을 비우라는 상식에서 벗어난 명령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2일 간의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의 결과, 운영 위원회는 스님들 중 2명을 원래대로 복직시키고,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서로 자주 싸운다’는 이유로 몇 개월 간의 감시 기간을 거쳐 정식 복직 여부를 결정짓기로 했다. 그러나 스님들의 복직은 이루어졌지만, 이는 표면적인 미봉책일 뿐이고, 마하보디 사원을 둘러싼 근본적인 갈등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불교인들의 의견이다.

이번 스님들에 대한 야다브씨의 ‘실력행사’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은 그 근본적 이유를 사원의 운영권을 놓고 오랫동안 지속되어 오던 불교도와 힌두교도 사이의 불협화음에서 찾고 있다. 보다 가까이는 작년 11월 말, 비하르 주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야다브씨가 사무국장에 임명되면서 전인도 승려협회의 회장 수레이 사사이(Surai Sasai) 스님과 사무총장 아난드(Anand) 스님은 3개항의 요구사항을 제시한 바 있었다. 그 내용은 첫째, 야다브씨가 사무국장으로 있는 운영 위원회를 즉각 해산할 것, 둘째, 1949년에 제정된 마하보디 사원법(이하 사원법)을 개정하여 운영 위원을 모두 불교도로 임명할 것, 마지막으로 사원 건물의 보수였다. 야다브씨가 부다가야의 스님들에 대해 이러한 강경책을 쓴 것에는 자신의 사무국장 임명에 반대한 불교계에 대한 편치않은 심기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요구사항 중 핵심이 되는 것은 두 번째의 사원법 개정과 관련된 부분이다. 현행 사원법에 의하면 운영 위원회는 8명의 운영 위원과 1명의 위원장으로 구성된다. 위원 중 4명은 불교도 중에서, 4명은 힌두교도 중에서 임명되며, 위원장은 가야(Gaya)군 군수가 맡되, 군수가 힌두교도가 아닌 경우에는 비하르 주 정부가 힌두교도 중에서 임명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즉, 어떠한 경우에도 힌두교도가 다수를 차지하는 운영 위원회가 구성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도 정부는 마하보디 사원이 불교사원이긴 하지만, 부다가야는 오랫동안 힌두교 사제인 마한뜨들이 기득권을 쥐고있던 지역이므로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 힌두교도 연맹을 비롯한 힌두 원리주의자들은 ‘불교는 힌두교에서 갈라져 나온 힌두교의 분파이며, 붓다는 비슈누 신의 화신일 뿐’이라는 힌두교의 교리를 내세워 불교사원의 운영권이 힌두교도의 손에 있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식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힌두교도들이 마하보디 사원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성지를 순례하는 전 세계의 불자들이 내는 엄청난 액수의 보시금 때문이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대하여 인도 불교계는 ‘불교는 인도에서 발생하긴 했지만, 이미 세계종교로 성장하여 힌두교와는 무관한 별개의 종교이며, 세계 불교도의 성지에 자리잡고 있는 불교 사원이 힌두교도의 수중에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전인도 승려협회가 제시한 3개항의 요구사항 중 사원 건물의 보수만 인도 고고학회에 맡겨 실시하기로 결정되었고, 나머지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인도 정부도, 비하르 주정부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마하보디 사원을 불교도의 손으로 돌려달라는 인도 불교계의 오랜 염원은 이번에도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인가. 인도의 불교인들 뿐 아니라 전 세계 불자들의 결집된 힘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인도 부다가야=이지은 통신원
200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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