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불교학 연구에서 학제간 접근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선불교와 유학을 비교 연구하는 자리가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2월 23일 열린 보조사상연구원 43차 학술발표회에서 ‘왕양명의 심즉리(心卽理)와 보조지눌의 즉심즉불(卽心卽佛)에 대한 일고찰’을 발표한 이덕진(고려대 강사·사진) 씨는 “유학자인 양명과 선사인 지눌은 둘 다 ‘마음의 철학’을 통해 끊임없이 ‘열려있는 인간의 가능성’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명의 대표적 사상인 ‘심즉리(心卽理, 내 마음이 곧 이치)’와 보조 지눌의 ‘즉심즉불(卽心卽佛, 마음이 곧 부처)’을 중심으로 두 사람을 인식과 실천이라는 측면에서 비교한 이 씨는 “사유체계는 물론이고 시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 두 인물은 하나의 중요한 공통적 사고기반을 갖고 있다”며 “그것은 바로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근대적 인간관을 제시하려 하였다는 점이다”고 설명했다.
이 씨에 따르면, 인간의 윤리는 고정되거나 절대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인간 세계의 윤리와 제도, 법규까지도 열려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 그 결과 인간이 끊임없이 자기 시대에 대해 반성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줌으로써 미래에 대해서도 열린 가능성을 강조했는데, 이는 근대적 의미에서의 ‘인간성의 해방’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씨는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시대의 반성’은 공맹이나 붓다와 같은, 최초의 사상적 연원에 대한 지향성을 보이고 있으며 근원으로부터의 일탈에 대한 강한 비판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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