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사회교육원이 ‘전통사경(傳統寫經)’ 강좌를 마련하고 3월 4일 개강한다. 사경의 개요와 역사에서부터 <금강경> <천수경> 사경에 이르기까지 1년 과정으로 마련된 ‘전통사경’ 강좌는 대학에 사경 강좌가 처음 설치됐다는 점 외에도 사경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최근들어 사경이 불자들의 수행의 한 방편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동국대 사회교육원의 사경강좌도 이런 흐름에 맞춰 마련된 것이다. 참선과 염불이 주류를 이뤘던 신행 풍토에 사경이 급속도로 부각되고 있다. 이같은 이유는 경전을 통해 불교 가르침의 본질을 알고자 하는 불자들의 욕구가 늘고 있고, 사찰이나 불교대학, 신행단체들이 사경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관음사나 통도사 부산포교원 같이 도심포교에 주력하고 있는 사찰들은 불자들이 사경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정된 공간을 마련해주고 있고, 동산불교대학은 ‘나무아미타불’을 10만8천번을 사경해야만 졸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광주 정토선원이나 부산 법화정사 등 많은 사찰들이 정기적으로 사경법회를 열고 있으며, 종립 진선여중은 2년 전부터 교내 사경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상에서 사경법회를 여는 ‘이수트라(www.esutra.org)’가 개설되는 등 사이버공간에서의 사경도 활발하다.
신라 때는 한 자 쓰고 한 번 절하는 ‘일자일배(一字一拜)’가 신앙의식으로 자리 잡았고, 고려 때는 명종이 나라의 안녕과 백성의 평안을 염원하기 위해 궁궐에 사경원을 설치하는 등 호국의 방편으로 사경이 행해지기도 했다. 해인사에 보관중인 팔만대장경 목판도 국난극복을 위한 사경의 하나다. 그러나 단순히 글자를 옮겨 쓰는데 만족하거나 숫자를 채우는데 급급해서는 안된다.
동국대 정각원장 법산스님은 “사경은 부처님의 지혜를 마음에 새기는 수행이”이라고 강조하고 “그런만큼 글자는 반드시 정자로 써야하며, 고요한 마음으로 해야 하고, 최소한 시작 전과 끝나고 나서 반드시 합장 삼배를 하는 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명우(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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