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 관련 단체들의 발걸음이 빠르다. 이미 올해의 학술대회 일정을 잡았거나 막바지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올해 불교학 관련 학술대회는 그때그때 주제를 정하는 게 아니라 몇 년씩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준비하는 것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8년에 걸쳐 진행될 한국선학회의 ‘한국 선(禪) 정체성 찾기’, 5년 동안 10차례 열리는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의 가산 포럼 등이 대표적이다.

5월에 있을 최초의 전국 규모 불교학 학술대회인 ‘한국 불교학 결집대회’와 7월 열리는 일본 인도학불교학회 정기 학술대회는 참여 학자들의 규모나 논문의 질적인 면에서 한국 불교학 수준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한국불교학결집대회=올 학술대회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역시 5월 3∼4일 동국대에서 열리는 ‘한국 불교학 결집대회’. 전국 규모로는 처음으로 열리는 불교학 대회다. 참여 단체만도 30여 개에 이르고, 20개 주제에 200명이 논문을 발표한다. 공동 주제는 불교학의 개념과 방법으로 정했다. ‘한국 불교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 아래 불교 학술, 불교 문화, 불교 교단사, 불교와 사회 등 네 가지 소주제로 나눴다. 1월 현재 140여 명이 논문 발표를 신청했다. 2월말까지 논문 신청을 계속 받을 예정이다.

◇인도학불교학회=일본 인도학불교학회 제53회 정기 학술대회가 7월 6∼7일 동국대서 열린다. 인도학과 불교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일본 인도학불교학회는 1951년 동경대 인도철학과에서 시작된 후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불교학자 2500여 명이 참석하고 있는 대규모 학술단체다. 정기 학술대회 때는 10개 분과에서 250여 명이 논문을 발표한다. 학회 창립 후 처음으로 해외에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는 동국대와 일본 인도학불교학회 공동 주최 형식으로 열리며 ‘한일 공동 인도학불교학 학술대회’를 겸한다. 개최 대학에서 원하는 주제를 신설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따라 동국대선 ‘한국 불교’를 집중 조명한다는 계획이다. 매년 두 차례 펴내는 <인도학불교학>은 우리 나라 불교학계에서 가장 인용 빈도가 높은 논문집 가운데 하나다.

◇가산 포럼=가산불교문화연구원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한국 불교 지성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계속한다. 이미 지난해 신라시대 7명, 고려시대 6명, 조선시대 7명, 근현대 13명 등 불교 지성 33명을 선정했다. ‘수행의 가치와 우리의 미래’를 대주제로 열리는 올해 가산포럼에서는 바로 1600여 년 한국 불교사를 밝혀온 불교 지성 33명에 대해 한 사람씩 연구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7월과 12월 두 차례로 나눠 열린다. 가산 포럼은 2003년 불교의 생명관과 우주의 미래, 2004년 불교와 철학이 말하는 시공의 운영, 2005년 수행문화의 사회화를 주제로 매년 두 차례 계획돼 있다.

◇한국 선(禪) 정체성 찾기=한국선학회가 지난해부터 8년에 걸쳐 한국 불교의 전통적인 수행법인 간화선의 정체성을 조명하는 자리다. 지난 해 신라시대 선(禪)을 조명한 데 이어 올 4월 19∼20일 정기 학술대회에서는 1170년 고려 무신란 이전까지의 고려 전기 선(禪)을 다룬다.‘고려 전기의 선’을 주제로 고려초 불교교단과 선, 구산문의 형성과 그 문제, 고려에서의 전등사서의 유통 등 12편의 논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시대별로 나눠 매년 한 차례씩 열리며, 지난해 신라시대에 이어 고려시대 3회, 조선시대 3회, 근대 1회의 학술대회가 계획돼 있다.

◇이카이(전자문화지도 추진위원회, ECAI) 회의=불교학 관련은 아니지만 5월 22∼24일 서울대서 열리는 이카이 회의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자문화지도는 전자지도라는 가상 공간에 불상, 불탑 등 인문학적 자료를 나타내는 사업으로, 문화자료의 전산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고려대장경연구소에는 회의에 맞춰 전자불전인 고려대장경 2002년판과 ‘한국불상’과 ‘불탑’ 시험 버전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10여 개 국, 50여 명의 관련학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형진 기자
jinny@buddhapia.com